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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 리뷰

뷰티풀 마인드

2014-01-22


이런 곳에 책방이? 홍대입구역 7번 출구로 나와 신촌 산울림 소극장 쪽으로 쭉 걸어가다가 문득 고개를 들면 5층 건물에 유어마인드가 있다. 현실 속 공간이지만 묘하게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그림처럼 앉아 있는 주인과 그의 옆을 떠나지 않는 고양이 세 마리. 그리고 천정까지 가득 찬 일반 서점에선 보기 힘든 책들. 이곳의 운영자인 이로는 주인이라기보다 공간과 너무 잘 어울려 그조차 하나의 아름다운 풍경처럼 보인다.

기사제공│타이포그래피 서울

최근에 끝난 언리미티드 에디션이 올해로 다섯 번째인데 어떻게 시작하게 되신 거예요?
프로파간다의 김광철 편집장님과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우리는 왜 이렇게 외롭게 있어야 하는가(웃음). 그 외로움이라는 것은 만드는 사람들은 누가 사 가는지 확인해볼 수가 없고요, 어딘가에 20자평이 있는 것도 아니고 작가들도 팬 사인회나 작가와의 만남, 뭐 이런 건 목에 칼이 들어와도 못한다는 분들이 많으세요(웃음). 띠지도 없고 프로필도 없고 뒤표지도 없으니 누가 만드는지도 모르고 독자도 작가도 답답한 지점이 좀 있었죠. 태생적으로 외로운 책인 건 분명하지만 동시에 그런 게 오히려 이 판의 생기를 조금씩 빼앗아 가는 것 같아서 단기적인 형태의 행사가 필요하겠다, 이런 생각을 하다가 워낙 작고 좁아서 여기 자체가 리미티드한 시장인데 말장난처럼 언리미티드하게 하면 재밌지 않을까, 이런 발상에서 시작하게 되었어요.

작년과 다른 점이 있었다면요?
우선은 규모가 엄청나게 커진 점이네요. 이틀 동안 5,100명 정도 찾아주셨고 책은 11,000권쯤 팔린 걸로 집계가 되었어요. 다른 때보다 규모 면에서 많이 커졌죠. 저한테 긍정적인 사건이라면 행사 전후로 4회 때까지는 외부에서 들리는 어떤 목소리도 감지할 수 없었어요. 그런데 이번엔 피드백을 많이 주시더라고요. 한 번 폭발하고 끝나는 행사였는데 다행히 올해는 행사 전후로 굉장히 많은 이야기가 있었어요. 의미가 있다, 없다, 지속해야 한다, 지속할 필요가 없다. 큰 문제가 있다, 그건 문제가 아니다….(웃음)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둘 다 의미가 있지요. 앞으로 어떻게 해야겠다는 지표가 되기도 했고요, 참 감사해요.

올해 언리미티드 에디션에 참가하신 분들은 어떤 목소리를 내시던가요?
참가 규모에 비하면 장소가 좁아서 생기는 불편함이 있었어요. 그렇다 보니 원래 취지가 제작자들과 독자분들이 이야기하는 것이었는데 그러기 힘든 상황이었죠. 하지만 장소 문제를 다르게 보는 분들도 계셨어요. 독립매체를 다루는 행사에서 커지면 어디까지 커지겠느냐, 그렇다고 킨텍스에서 할 거냐. 좁고 불편한 것은 이 문화가 커졌다 하더라도 독립적인 컬러를 갖고 있는 한 어쩔 수 없다는 견해도 있었고요.

의미가 컸던 만큼 새로운 고민도 생겼을 것 같아요
네. 저한테는 재미있었지만, 내부의 딜레마를 겪기도 했지요. 언리미티드라고 무한정판이라는 이름을 지었던 것도 그 해의 독립출판 혹은 소규모출판의 전체 양상을 짧은 기간 안에 가늠해보자는 의도였는데 이번에 신청자가 너무 많이 몰리면서 40여 팀을 거절할 수밖에 없었거든요. 이런 게 과연 맞는 방식인가? 하는 내부 논란도 있었고요. 잘하는 팀과 그렇지 않은 팀을 같은 공간에 두는 것도 저희 콘셉트 중 하나였는데 선택 기준 무엇인가, 어떤 형태로 갈 것인가, 물음을 갖게 되었네요.

인터뷰를 시작하기 전 그는 손수 끓인 밀크티를 내왔다. 추운 날 아침 손과 마음을 녹이는 달콤하고 부드러운 한 잔의 차는 꼭 유어마인드가 풍기는 맛처럼 다가왔다. 누군가 유어마인드에 대해 이런 말을 했던 기억이 났다. 어두운 저녁 그곳에 켜진 불빛을 보면 마음에 등불이 켜진 듯 따뜻해진다고. 그래서일까. 이곳에서는 시선이 온화해지고 맥박도 느려지고 째깍째깍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움직이는 시간도 어쩐지 조금 천천히 흐르는 것 같다.

유어마인드를 시작한 계기가 있다면요?
2008년쯤인가, 작은 책들을 만들 때 유통할 곳이 그렇게 많지가 않았어요. 독립출판만을 적극적으로 유통하는 채널은 거의 전무하다시피 했고요. 그걸 누가 할 수 있을까, 하다가 정말 바보같이 그냥 한 거죠(웃음). 초반엔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힘들었어요. 자본도 거의 없었기에 온라인 서점은 가능하겠다 싶어서 시작했는데 어떻게 사람들에게 알릴 것이냐 하는 걸 몰랐던 거죠. 오프라인 서점은 그래도 사람들이 지나가다가 보기라도 하는데 온라인서점은 그런 게 있는지도 모르니까요. 알리는 과정조차 무지한 상태여서 초반 1년은 고생할 수밖에 없었어요. 시간이 쌓이면서 입소문이 나기 시작한 게 다행이고요.

온라인으로 시작해서 오프라인까지 열면서 독립출판만 다루게 되셨는데, 그 사이 달라진 점이 있다면요?
처음 시작했을 때와 지금은 양상이 조금 달라지긴 했어요. 예전엔 독립출판 형태로 책을 만드는 분들도 많지 않아서 저희가 일일이 찾아가서 입장을 전하고 요청을 했는데 지금은 책을 만드는 분들이 먼저 연락을 주시는 일이 늘었어요. 좋은 점은 이제 일일이 찾아가지 않아도 먼저 좋은 책들을 만날 수 있게 된 거고요 그로 인한 단점은 모든 부분에 관여하면서 적은 수의 작가와 서로 이야기하는 계기들이 생겼었는데 작가군과 제작진이 많아지면서 친밀하게 이야기하는 시간은 줄어든 것 같아요. 그런 점은 아무래도 아쉽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갈 건지 모색하는 시간이실 것 같네요.
지금 제일 고민하고 있는 건 언리미티드 에디션하고 맞물려서 2014~2015년이 판에는 굉장히 특별한 시간이 될 것 같다는 전망을 하고는 있어요. 지금보다 더 큰 관심이 폭발적으로 생길 것 같다는 것 하나와 외부에서 보는 이미지와 달리 저희를 비롯한 대부분의 공간이 다분히 어려운 상황에서 꾸준히 유지되고 있는데 그건 처음 시작한 분들의 기운으로 지속하는 것 같아요. 그 기운이 떨어지는 해가 2015년쯤 오면 위기가 올 수도 있겠다 싶어요. 그런 면에서 스스로 긴장도 되고요.

하고 있는 일과 자신의 삶이 드러나는 형태가 다르지 않다는 느낌을 많이 받아요.
저도 그렇지만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일 것 같은데 좋은 건 스트레스 해소의 의미로 작업하는 건 같진 않아요. 독립출판 한 번 하고 재미있었다, 손뼉 짝짝 치고 끝내면 단발적인 레크레이션과 다를 게 없으니까. 그런데 다행히 자기를 배반하지 않는 범주에서 작은 활동들을 벌이는 게 재미있고요. 좋지 않은 점은 그래서 장르가 한정적인 것 같아요. 예술과 디자인에 많이 치우쳐 있고 그 외의 카테고리에서는 거의 안 나오고 있는데 언제쯤 나올까 궁금하기도 하지요.

책방 주인으로 살 줄 몰랐다. 세 마리의 고양이를 키우며 살지는 더더욱 몰랐다. 자연스럽게 삶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니 어느새 자신의 길을 가고 있었다. 그는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자신이 타고 내려온 삶의 물결에 대해 이야기한다. 마이 마인드와 유어마인드, 고양이와 사람들과 하늘빛과 나무와 책에 대해. 사막 속의 숨은 우물을 발견한 어린왕자처럼 말을 건넨다. 우리의 가슴이 살아 있을 때 삶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도 그리고 당신도.

강구룡 디자이너와 함께 <위트 그리고 디자인> 책을 쓰셨는데 어떠셨어요?
재미있었어요. 원래 모르는 사이였는데 출판사에서 둘이 같이 써보면 어떻겠냐고 의뢰를 하셨고요. 미팅할 때 처음 뵈었는데 잘 맞았어요. 최종적으로 나온 원고는 정말 달랐는데 위트란 무엇인가, 위트 있는 작업이란 무엇인가는 처음 만났는데도 불구하고 굉장히 동의가 되었고요. 이 책이 어떻게 갈 건지 잘 모르는 관계였는데도 큰 진통 없이 진행은 편하게 되었어요. 주변 분들은 네가 위트 있다는 줄 알았다, 라는 피드백을 주시더라고요(웃음).

다양한 일을 하시는데 그게 요소요소 참 잘 어울려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필요에 의해서 그때마다 배우고 하게 되었는데 처음 시작을 하면 오래 하는 것 같아요. 그게 장점이라면 장점이고요. 디자인을 전공한 것은 아니지만, 독립출판의 특성상 주체가 디자인에 관여할 부분이 많으니까 습득하게 된 거고요. 하다 보면 몇 년 전 자신만만했던 작업이 얼마나 가소로운 것이었는지 흑역사가 되고(웃음). 그 흑역사가 모여서 다시 역사가 되고. 최근엔 저희가 만드는 책 위주로 작업하고 포스터가 필요 없어도 꼭 이미지를 만드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어요.

주방이 있고 창도 크고 앞이 탁 트여 있어서 장소가 참 좋아요.
처음 떠올랐던 키워드는 의외로 대우를 해주는 느낌의 뷰나 공간이었어요. 독립출판의 성격상 사람들이 잘 조명하려고 한다거나 잘 배치하려거나 하지 않는데 저희는 오히려 구석에 치워둘 필요는 없다고 봤어요. 책도 잘 배치하고 전망이 좋은 곳과도 어울릴 수 있는 곳이 어딜까 고민하다가 찾은 곳이죠.

마지막으로 한마디 하고 싶으신 말씀을 해주세요. 내년 계획은 어떠신가요?
요즘 '축'이라는 단어를 중요하게 생각해요. 그 축이 잡히면 다른 것을 해도 어색하지 않을 것 같고 그래서 어떻게 하면 축을 튼튼하게 할 수 있을까 고민도 되고요. 5년째인 지금에 와서야 체득하게 되는 것도 있는데 운영을 하려면 현실적인 노하우가 필요하고 숫자와 회계를 무시하면 안 된다는 것도(웃음). 내년 계획은 안 망하는 겁니다! 지속 가능 이런 것 아니고요(웃음). 다양한 행사를 기획했던 것도 망하면 안 된다는 절박함에서 많이 나온 것 같아요. 내년 내후년은 가장 중요하면서도 위험할 수 있다고 보기에 언리미티드 에디션에 대한 구상도 조금씩 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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