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11-29
‘Red Square’. 이름만 들어도 우리는 모스크바의 ‘붉은 광장’을 떠올리게 된다. ‘붉다’는 말은 러시아어로 ‘크라스나야(Krasnaya)’라고 한다.
그런데 이 단어는 ‘붉다’는 의미 말고도 ‘아름답다’는 뜻이 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원래 만든 사람들은 ‘아름다운 광장’이라고 이름 붙였는데 다른 사람들은 ‘붉다’라는 뜻으로 해석, ‘붉은 광장’이 되어버린 것이다.
영어표현에서부터.
또한 1917년 러시아 혁명 당시의 '붉은 군대' 이름에서 비롯되어 붙여진 것으로 여겨지기도 하는데 광장의 이름은 이미 17세기부터 불려진 것이니까 아무런 연관이 없다는 것이다. 그보다는 공산주의를 대표하는 색을 빨간색으로 규정한 만인의 인식이 그렇게 만들었다고 해야 하겠다.
하긴 붉은 것이 아름답다면 어떤 뜻이든 마찬가지일 테지만. 오늘 광고는 이 ‘Red Square’라는 이름의 술이다. 영국제 술로 베이스는 역시 러시아를 대표하는 보드카. 여기에 인삼, 과일 향 등을 첨가한 것으로 맥주와 비슷한 알코올 5% 수준의 드링크인 것이다.
인삼 성분은 물론이거니와 알루미늄으로 된 병 소재에서도 느낄 수 있는 것처럼 하고 싶은 이야기는 열정과 힘이다. ‘사랑과 정열을 그대에게’라고 외치던 우리의 인삼드링크처럼. 그런데 우리야 말로 그쳤지, 이들은 적나라하게 사랑과 정열을 보여주고 있는 게 아닌가.(광고 1)
목에 난 키스자국이 선명하다. 물론 그 형태는 ‘붉은 광장’이라는 브랜드답게 네모 형. 영화 ‘친구’에서 그룹사운드 ‘레인보우’의 리드싱어 진숙이 목에 파스를 붙이고 나오는 장면이 있는데 문뜩 그 장면을 떠올리게 된다.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상상. ‘키스자국을 숨기려 파스를 붙였구나.’(광고 2)
주로 남자가 여자에게 남기는 게 키스자국이라면 남자들에게는 무엇일까? 역시 우리의 상상력은 등에 난 손톱자국 수준이 아닐까? 네 개의 손톱자국이 남자의 등뒤에 선명하게 남아있다. 새끼손가락으로야 긁을 수 없으니까. 물론 전체적인 형태는 ‘붉은 광장’이다.(광고 3)
마지막 광고는 속된 말로 ‘무릎이 까지도록’이다. 격렬한 섹스 뒤의 상흔으로 농담처럼 말하는 ‘무릎이 까지도록’이 ‘퍼렇게 멍이 들도록’으로 나타난 것이다. 재미있는 건 주로 일반적인 체위의 특성 상 주로 남자들에게 나타나는 증상으로 여겨지는데 이 광고에서는 여자의 무릎이다. 역할이 바뀐 체위를 즐겼나 보다.
현실에서 우린 술로 얻을 수 있는 이런 ‘영광의 상처’를 기대하기란 어렵다. 술 먹고 넘어지거나 부딪히거나 해서 생기는 ‘상처뿐인 영광’, ‘붉은 광장’이 있을 뿐이다. 하지만 마시는 동안만은 이런 상처를 꿈꾸게 해준다면 그걸로 술은 제 역할을 다한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