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8-25
들어가며...
“집도 절도 없는 것이 포탈?” 2000년쯤 한 포털업체가 자사의 홈페이지 서비스를 홍보하면서 만들었던 광고카피다. 그때만 해도 홈페이지를 제공하느니 용량은 얼마나 주느니 기능이 어쨌느니 야단법석 이였는데 그때에 비해 지금 주위를 돌아보면 홈페이지 서비스는 온데간데 없고 (심지어는 집도 절도 없는 것이 포탈이라고 주장했던 서비스 업체마저 없어져 버렸다.) 사방이 온통 블로그 투성이다. 포털업체 및 커뮤니티 업체에서 블로그 서비스를 오픈했고 지난해 200만명에 불과했던 블로그 이용자가 벌써 1000만명을 넘어선 것을 보면 실로 그 엄청난 인기에 놀라지 않을 수 없으니까 말이다.
블로그인지 블러그인지 이름도 생소하고 어려운 녀석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무서운 속도로 우리 곁에 다가오고 있는데 과연 1인 미디어라고 불리우는 블로그가 과연 무엇이고 뜨고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블로그와 홈피와는 어떻게 다르고 그 미래는 어떻게 되는 것인지? 알아보자.
1. 블로그란?
“블로그가 무엇인가요?”
인티즌 포토블로그 마이미디어 (http://mm.intizen.com)를 오픈하고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들어왔던 이야기이고 또 앞으로도 몇십번이고 들어야 할 뻔한(?) 질문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예상 질문인 것을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나 역시 여전히 명쾌하고 시원한 답변 하나 준비하지 못하고 있다. 괜히 명확하게 정의내리지 못하니까 “무엇인지 정의하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가?” 라고 회피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이 정의한 것에 공감하며 위안하기도 한다.
블로그 전문가인 레베카 블러드는 자신의 책에서 블로그 정의를 ‘딱 잘라 정의 내리기 어렵지만 써보면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 것 - Weblogs are hard to describe but easy to recognize’ 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일반적으로 블로그(blog)란 원래 웹(Web)과 로그(Log)의 합성어인 웹로그(Weblog)가 축약된 말로, 웹을 통해 자신의 생각이나 주장, 일상사 등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쉽게 말해서 자신이 작성한 글 (자신의 생각이나, 일상 또는 기존 기사거리에 대한 논평 등)을 쉽게 올릴 수 있는 웹 포맷 또는 웹 도구라고 보면 되겠다.
개념과 정의가 어떻던 간에 블로그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의 반응은 대부분 비슷했다.
뭐야? 게시판이잖어? 흠… 달력이 공통적으로 붙어있구… 별거 아니것 같은데…
그렇다. 블로그는 고상한 이름만큼 복잡하고 어려운 것이 아니다. 사용하기에 따라 홈페이지, 홈피, 일기, 포토앨범로 이용이 가능하고 이름만 생소할 뿐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웹툴이다. 쉽고 간단한 툴이기에 많은 사람이 접하여 사용하기 쉬운 장점이 있는 반면, 쉽게 외면당하기도 한다. 단지 겉모습으로 평가를 당하는 것이다.
하지만 심플한 겉모습과 달리 블로그 그 내면에는 웹의 기본속성과 더불어 다방향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온라인 문화코드가 담겨져 있다.
주로 정보검색 용도로 이용되었던 인터넷이 초창기에 비해 최근에는 정보검색은 물론 엔터테인먼트, 기업 PR, Commerce, 모바일 연동 등 실로 다양한 영역으로 활용되고 있고 온라인에서도 기업 대 고객이 아닌 사람 대 사람을 통해 지식과 정보를 얻고 커뮤니케이션 하는 빈도가 많아졌다. 더 이상 정보생산의 주체가 특정 기업이나 단체가 아닌 세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정보를 생산하고 생산된 정보를 운반하고 그 정보에 대해서 가공, 비평, 재생산 역할까지도 모두 일반 대중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프로슈머, 참여세대란 용어도 모두 이러한 시대적 환경에서 기인한 것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블로그가 소개되기 이전에 정보생산 주체가 자신들이 생산해낸 컨텐츠들을 기록하고 모아둘 수 있는 곳이 있었는지? 기껏 홈페이지나 클럽과 같은 폐쇄된 공간이나 그렇지 않으면 포탈이나 전문업체 게시판에 올려 놓은 것이 전부였을 것이다. 그나마 올려 놓은 컨텐츠도 재방문하여 다시 보지 않으면 그 이상의 커뮤니케이션으로 발전할 수 없는 구조에 머물고 만다. 대중화되어 있는 나만의 공간은 없었던 셈이다.
2. 블로그 국외 현황과 적용 사례
블로그는 1997년 미국의 존 바거(www.robotwisdom.com)가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외국에서는 텍스트에 기반한 개인 일지나 자신의 의견이나 생각을 밝히는 온라인 공간으로 많이 활용되고 있는 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외국에서도 국내에서처럼 멀티미디어를 활용한 미디어 형태가 빠르게 늘고 있는 추세이며 PDA, 모바일을 결합한 모블로그, 그리고 기업마케팅에 응용하는 등의 발빠른 모습을 들어내고 있다.
해외에서는 블로그를 이용하여 뉴스, 신문 지상에 미디어 형태로 이슈화된 예는 실로 많다. 이라크 전쟁 때. 살람 팍스가 이라크 현지에서 전황을 계속 블로그 사이트에 올리면서 네티즌이 CNN에 앞서 생생한 현지소식을 얻은 점, 알래스카 평균기온에 대한 뉴욕타임즈 기사내용을 앤드루 설리번 (http://www.andrewsullivan.com/) 이라는 블로그 사용자가 알래스카 기후연구소 자료를 뒤진 끝에 실제 상승 온도가 5.4도라고 밝혀내어 정정하게 한 점. CNN과 BBC등 언론사 특파원들이 블로그를 통해 뉴스 뒷이야기와 자신의 견해를 밝히기도 하고, 미국 하버드 대학이 학내 블로그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유명한 소프트웨어 개발자 데이비드 위너를 영입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개인 뿐만 아니라 기업들도 홍보의 수단으로 블로그를 이용하기도 한다. 미국음료회사 닥터페퍼/세븐업 (http://www.dpsu.com/)은 신제품 소식(http://blog.ragingcow.com/)과 뉴스를 자신들의 블로그에 올려 놓고 홍보하고 있으며 플래쉬와 파이어웍스, 드림위버로 유명한 소프트웨어 개발회사 매크로미디어에서는 자사의 홈페이지에 개발자들의 블로그를 연결해 두고 자사 제품에 대한 소식 및 기술정보 등을 전달하고 고객으로부터 제품에 대한 피드백을 받는 창구로 활용하고 있다.
포탈업체에서 제공하는 블로그를 중심으로 블로그 대중화가 이루어졌던 국내시장에 비해 해외에서는 블로그 전문업체 중심으로 시장이 만들어졌고 개인에서부터 차츰 기업, 교육, 사회 전반으로 응용되어 가면서 블로그 전문검색엔진, 모블로그와 같은 관련 서비스가 선보이고 있는 추세이다.
블로그 서비스 형태도 특정 블로그 서비스 업체에 가입하면 자동으로 블로그가 생성되는 호스팅 서비스 타입 이외에 무버블 타입 (Movable Type)과 같은 웹로그 저작도구 소프트웨어를 이용하여 자신이 계정에 블로그를 설치하는 파워유저들이 국내보다 많이 분포되어 있는 것도 큰 특징이다. 마이크로소프트, 라이코스, AOL 등과 같은 메이저 업체들 또한 웹로그 저작도구를 개발중에 있다고 하니 앞으로 파워유저를 겨냥한 인스톨 중심의 저작도구도 많이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다음 시간에는 국내 블로그 시장의 현황과 블로그의 미래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