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5-25
슬로건도 여러가지가 있죠. 브랜드 슬로건, 기업슬로건, 캠페인슬로건…
캐치프레이즈라고도 하고요.
“아…웹카피라이터(혹은 웹기획자)가 슬로건까지 신경써야 한단 말인가… 견적에 슬로건라이팅은 들어있지도 않은데…”
이런 푸념이 들리는 듯 합니다요. 맞습니다. 슬로건까지 신경쓰지 않아도 사이트 ‘오픈’하는데는 문제 없습니다.
‘런칭’하는데는 문제가 있지만요.
오픈과 런칭의 차이는 딱, good과 best의 차이만큼입니다.
명품과 일반제품의 차이는 대체로 디테일에 있습니다.
슬로건이란? 기업, 제품, 서비스, 조직을 한 마디로 규정 지을 수 있는 문장이 사전적인 의미가 되겠지요. 웹사이트에서의 슬로건은 상단 로고 옆에 붙거나 브라우저 제목표시줄에 붙어서 그 역할을 합니다.
컨셉에 맞게 잘 뽑아져 나온 슬로건은 사이트 곳곳의 웹카피에서도 재생산힐 수 있습니다. ‘선영아 사랑해’라는 카피가 마이클럽의 슬로건이 되고, 이 슬로건이 웹카피는 물론 고객들을 지칭하는 일반명사가 된 것처럼 말이죠.
웹사이트의 슬로건은 벅스뮤직처럼 로고 근처와 브라우저 제목 표시줄 이렇게 두 군데에 게시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한편 네이버처럼 브라우저 제목표시줄은 공식 슬로건을, 홈버튼하단은 캠페인 슬로건을 그때 그때 탄력적으로 사용하는 것도 좋습니다.
둘다 좋다니 그런말이 어딨냐구요?
원칙을 가지고 사용하자, 원칙없이 사용하지 말자는 말씀입니다.
브라우저 제목 표시줄에 쓰는 슬로건은 북마크에 남고, 그 사이트의 핵심고지사항이나 브랜드이미지, 마케팅메시지 및 정체성이 유저들에게 반복 노출되어 효과가 큽니다.
흔히 이 브라우저 제목표시줄을 잘 활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이 브러우저 제목표시줄 영역이야 말로 온라인마케팅의 핵심적인 전략지역입니다.
제발 이렇게 슬로건 쓰지 맙시다.
- *** 웹사이트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환영 안해줘도 되는데..)
- ***의 웹사이트입니다. (누가모르나?)
- **** (그냥 사이트제목만 달랑)
슬로건을 쓰는 데도 원칙은 존재합니다.
알아두고 익혀두면 유용한 슬로건에 관한 몇 가지 원칙을 제시해 보겠습니다.
01_남들이 할 수 없는 이야기 - 배타성
02_남들과 다른 비즈니스 - 정확성
03_남들이 하지 않는 이야기 - 차별성
04_남들과 다른 느낌 – 감성
제가 즐겨가던 엽기몰이라는 사이트가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슬로건이 ‘국내최초 엽기쇼핑몰’로 바뀌었습니다.
슬로건이 바뀐 데는 이유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검색해보니 경쟁사가 생겼더군요.
그렇다면 그 경쟁사가 못하는 이야기, 즉 배타성은?
그렇습죠. ‘국내최초’입니다.
“국내 최초면 제품도 많고 노하우도 많이 쌓였겠군” 이라는 확실한 배타적 우위를 주장하며
작은 차이를 큰 차이로 만들 수 있죠.
온라인 비즈니스에는 정말 셀 수 없이 많은 업종이 있죠.
이런 업종의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면, “그 업체가 무엇을 하는 업체인지” 정확히 알려줘야 합니다. 감성적으로 돌려서 표현해서도, ‘~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부적절한 슬로건을 써서도 안됩니다.
온라인에서 스티커를 주문 받아 판매하는 소규모 쇼핑몰이 있었습니다.
이 사이트 슬로건이 “인터넷 스티커 종합쇼핑몰 스티커뱅크”이더군요. 이렇게 하면 100점입니다.
나중에 스티커가 필요해서 북마크에서 찾을 때, 얼마나 찾기 쉽겠습니까.
배타적인 차별성과 차별성은 다릅니다.
배타적 차별성은 남이 할 수 없는 것이지만, 남이 하지 않는 이야기를 하는 것만으로도 차별점을 만들 수 있습니다.
위의 그림에서 보듯 오마이뉴스는 시민기자, 즉 뉴스게릴라라는 누구도 할 수 없는 서비스를 하고 있습니다. 배타적 차별성이죠.
한겨레 웹사이트가 ‘한토마’라 불리우는 왕성한 토론기능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모든 신문사 사이트가 토론기능이 있습니다. 남들이 먼저 주장하지 않은 것을 공세적으로 주장하는 것도 훌륭한 슬로건라이팅 테크닉입니다.
같은 이야기, 같은 주장이라도 표현하는 감성에 따라 그 우위가 나뉘며 웹사이트의 운명으로 고착될 수 있습니다.
다음 두 슬로건을 보시면 그 의미를 아실 것입니다.
욕심 많은 여자들의 만만한 세상 – 팟찌닷컴
네가티브한 표현과 거친 듯한 브랜드네임(팥쥐)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지 않습니까?
실수가 세상을 만든다 - NGTV
슬로건도 이정도 되면 철학이나 예술의 경지로 올라가죠?
이 글에서 표현한 슬로건 라이팅에 있어 ‘무엇을 쓸 것인가’의 문제를 보면
항상 ‘남’이 그 기준이 된다는 것을 발견하셨을 것입니다.
그게 바로 마케팅이죠. 경쟁사 대비 비교우위를 점하는 것!
경쟁사의 로고와 우리 사이트의 슬로건을 흩어 놨을 때 유저들이 구분할 수 있을까요?
꼭 기억하세요.
이번 글이 길어지는 관계로 다음 컬럼에서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다음에는 ‘어떻게 쓸 것인가’의 문제에 대해 다뤄보겠습니다.
이번에는 딱딱했지만, 다음에는 정말 재미있는 글이 될 것 같습니다.
물론 가봐야 알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