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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의 개방과 본질

2012-05-21


삶의 질을 높이는 공동주택에 대한 다양한 움직임이 펼쳐지는 가운데 판교 월든힐스 2단지가 신선한 바람을 몰고 오고 있다. 판교 운중 블록의 250채의 주택은 누마루 또는 사랑마당의 기능을 공용의 마당 데크에 옮겨왔다는 특징을 드러낸다. 각각의 주동들은 각각 10여 채 안팎으로 이루어진 33개의 클러스터로 배치되었고, 한 클러스터 내의 주동들은 사랑마당과 같은 공적인 데크 공간을 함께 누린다. 각 세대의 출입 공간은 마당 데크에 면해 있는데 세대에서 보자면 2층인 이 진입부는 전통 가옥의 대문채와 사랑마루를 합한 듯한 확장된 영역이 된다.

기사제공 | 건축디자인신문 에이앤뉴스

설계 김회훈, 이상인, 송현석/ 주.종합건축사사무소 건원 + Riken Yamamoto & Field Shop
건축주 LH공사
시공 (주)한양
위치 경기도 성남시 운중동 874번지
대지면적
29,135.00㎡
건축면적 13,790.13㎡
연면적 34,254.38㎡
규모 지하 1층, 지상 3~4층
마감 THK, 시멘트보드, 알루미늄, 강화유리
사진 이종현

프라이버시와 커뮤니티의 교류와 완충

구조적으로는 주차장과 전용 창고인 지하층은 RC 내력벽, 거실 및 별채와 개인 정원이 있는 1층은 철골과 RC 내력벽의 혼합, 마루 기능인 2층의 최대 4면까지와 침실이 배치된 3, 4층의 전면부는 철골에 유리로 마감된다. 따라서 3면 또는 4면이 유리로 마감되는 2층은 각 주동들이 마당 데크로 둘러싸여 옥외 환경과 일체화된 공간을 형성한다. 이 공간은 세대의 필요에 따라 사랑채, 홈 오피스, 아틀리에, 작업실, 취미실, 음악실과 같은 다양한 쓰임새를 가지며, 각 층과 연결되는 다목적 터미널 공간이기도 하고 공용의 마당과 거실이나 침실 등 사적인 공간을 잇는 완충 영역(buffer)의 공간이기도 하다. 이곳은 프라이버시와 커뮤니티가 블러(blur)되는 공간이며 자기의 속살을 넌지시 보여줌으로써 이웃과의 경계를 와해시키는 장소이다. 동시에 우리 전통건축의 대청마루같이 혹은 골목길같이 비의도적이고 주변적인 행위가 일어나는 장소이다. 투명하게 처리된 이곳을 통해 바라봄과 보여줌이 교환되고 실내와 외부의 자연이 선연하게 소통한다. 공용 마당의 아래층인 1층 거실과 개인 정원은 천정이 공용 데크와 면한 부분을 경사진 루버로 처리하고 침실인 3층 이상은 유리 외벽에 수평 루버를 두어 여름 햇빛 차단, 겨울 햇볕 유입, 불필요한 시선 차단, 효율적인 조망 확보, 통풍과 같은 여러 기능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단지의 부대 복리 시설은 완전 개방된 타워에 자리한다.

건물군(cluster)이 지형에 동화되어 절묘한 풍경을 자아내

계획초기 공동주택의 성격을 규정하면서 건원건축은 지명 공동작업자인 리켄 야마모토와 여러 가지 아젠다에 대한 논의를 가졌다. 먼저, 선언(manifesto)이어야 할 것인가, 아니면 정교한 해법(maneuver)이어야 할 것인가이다. 둘째로 이 시대의 진정한 공동체성이란 어떤 내용을 담고 있어야 하는가이다. 셋째로 비실용성이 부유층에게는 오히려 부의 상징이다. 어느 선에서 타협할 것인가이다. 넷째로 내부 공간과 외부 공간, 방과 나머지의 경계는 필요한가이다. 이에 건축가들은 다소 현실성이 결여되는 측면이 있더라도 획기적이며 혁명적인 안을 만들기로 합의하였다. 더불어 공동체성이란 사적 영역의 일정 부분을 희생하고서야 얻어진다는 것에 대해서도 합의하였다. 시키(shikii), 문간(threshold), 마루라는 공간은 이렇게 하여 그 개념이 만들어진 것이다.

월든힐스단지의 특징은 몇 가지로 요약되는데 첫째, 건물군(cluster) 자체가 지형의 그림(landscape) 속으로 몰입하여 풍경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집적되어 있는 건물군들 역시 집적되어 있는 녹지 클러스터와 어울려 기존의 지형과 생태계를 가장 원형에 가깝게 유지시키고 있다. 당초 우리가 구상해왔던, 지형을 단순화한 조각들(patch)의 개념은 리켄이 생각하던 클러스터 방식에 매우 적합하였다. 둘째, 프라이비트와 퍼블릭의 중간영역을 실제화 했다는 점이다. 데크 레벨에서 형성되는 출입구를 확장한 공간인 문간은 투명하게 처리되었다. 이는 명목적이 아닌 진정한 공동체성을 위한 커뮤니티 공간이 되어야 할 것이라는 합의에 대한 리켄의 매우 혁명적이고 창의적인 해법이다. 실제로 당시의 심사 과정, 그리고 더 뒤에 있은 한국주거학회 학술대회에서 논의된 내용도 이러한 것이었다. 명확한 공공 공간을 창출해 인간적 공동체 실현의 이념을 앞당긴 점, 선큰 중정의 친근한 공간감과 적절한 배치, 가장 급진적이고 혁신적인 공동주거 양식을 제안한 점 등이 크게 평가되었고, 데크 하부의 통풍과 시장의 반응 같은 점이 과제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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