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7-21
벽화마을의 효시 격인 동피랑 벽화마을은 철거의 위기 속에서 벽화로 희망의 싹을 틔우고 예술마을의 꿈을 키워나가고 있다. 동피랑에 채색되기 시작한 벽화는 공간을 디자인하는 것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게 한 사이니지로 읽힌다. 이제 동피랑은 자신의 울타리에만 머물지 않고 이웃마을에 ‘살기 좋은 마을 만들기’의 희망을 흩뿌리고 있다.
글, 사진 | 월간 팝사인 한정현 기자 hjh@popsign.co.kr
벽화, 지켜야할 가치를 상징하다
벽화가 삶에 미치는 영향과 기호로서의 상징성은 도시벽화의 기원으로 일컬어지는 멕시코 벽화운동으로 거슬러가지 않더라도 현재의 우리 삶 속에서도 느낄 수 있다.
최근 공공디자인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벽화마을 조성이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 단순히 거리를 예쁘게 치장하려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상징적 기호를 내포하고 있는 벽화들도 우리 주위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벽화에는 그 곳 사람들의 삶이 투영되고, 타인과 소통하는 담론의 장이 되기도 한다. 외부로부터의 차단이 주요한 기능인 벽이 벽화로 인해 외부와 연결되는 통로가 된 것이다.
철거 위기에 처했던 산꼭대기 마을 통영 동피랑 마을은 벽화로 인해 마을을 지킬 수 있었다. 구호와 몸싸움이 아닌 벽면에 그려진 벽화만으로 마을의 존재가치를 세상에 알릴 수 있는 사이니지가 된 것이다. 동피랑의 벽화를 통해 외부의 많은 사람들이 동피랑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되고 이곳을 보존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2007년 ‘푸른 통영21’ 추진위에서 소정의 상금을 내걸고 ‘동피랑 색칠하기’ 벽화공모전을 벌인 것이 동피랑 벽화마을의 시초였다. 당시 전국에서 모인 화가들과 미대생 등의 18개 팀이 꾸려져 마을을 단장했고 지금도 지속적으로 벽화가 새롭게 그려지고 있다. 이제 ‘동피랑 ’이라는 지명은 ‘벽화’를 연상할 정도로 하나의 기호 체계를 형성했다. 그리고 동피랑은 ‘한국의 나폴리’로 불리며 벽화마을을 구경하기 위해 찾아오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으로 변모했다.
벽화, 안과 밖을 연결하는 소통의 사이니지로 기능
철거 위기에 처했던 달동네에 그려진 벽화는 동피랑을 문화예술 마을로 탈바꿈하는 꿈으로 채색되고 있다.
통영시는 동피랑 벽화마을의 시 소유 가옥 중 문화예술인을 대상으로 2009년부터 매년 ‘동피랑 창작공간’ 입주자를 모집하고 문화예술인들의 유입을 장려하고 있으며 현재 이제하 시인과 이진우 시인, 강재윤 시인이 동피랑 벽화마을에 둥지를 틀고 창작활동을 하고 있다.
아직은 지역주민들과의 왕래가 잦지 않지만 동피랑 언덕에서 내려다보이는 항구인 강구안과 동피랑 사람들의 이야기가 예술가들의 작품 속에 투영될 지도 모른다.
동피랑에는 경상남도의 지원으로 ‘마을만들기 지원센터’가 건립 중이다. 설계 마무리 작업 중에 있으며 연내에 완공할 계획이다. 지원센터에는 마을 경로당 및 방문객 쉼터, 기념품 판매장 등이 들어서게 되며 통영시 여러 마을의 ‘살기 좋은 마을 만들기’를 지원하는 싱크탱크로까지 기능을 확장할 예정이다.
인근에서 해와 달을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동피랑을 상징하기라도 한 것처럼 마을만들기 지원센터에는 태양광발전 시스템도 설치될 예정이란다.
존폐 기로에 처했던 동피랑이 비슷한 처지의 다른 지역을 돌보는 곳으로 변모하게 된 것은 벽화에서부터 시작된 사람들과의 소통이 계기가 됐다. 벽화는 내부의 사람들을 서로 잇는 울타리가 되기도 하고, 타지의 사람들과 소통하는 창구가 되기도 한다. 자신의 존재 가치를 이미지로서 사람들에게 알리고 담론을 형성하는 벽화는 안과 밖을 연결하는 사이니지로 기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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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는 사인>
연재기사는 행정안전부, 한국옥외광고센타와 월간 팝사인이 간판문화 선진화와 발전을 위해 공동으로 진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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