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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비의 미학

2003-08-10

대비라는 말은 서로 맞대어 비교한다는 뜻이다. 성격이 다른 것을 하나의 시야 속에서 비교시켜 보여 주면서 무엇인가를 주장하려는 것이 대비의 발상이다. 대비의 발상이 주는 묘미에는 연상이 있다. 연상이란 선입견에 의해 좌우되므로 선입견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이번에 소개하는 Alexis Cahellec의 매장 전경을 보면 주변 다른 매장과는 다른 독특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무채색의 육중한 화강암 건물 주변 분위기와는 매우 다르게 눈에 확 띄는 주황 계열의 색으로 외관을 처리하고 있고, 검정 바탕의 간판 logo도 간결하고 모던화 되어 세련된 느낌을 준다. 또한 Window DP 연출은 상대를 돋보이게 하는 이질의 대비를 잘 활용했다. 부드럽고 따뜻한 것은 차갑고 딱딱한 것과 대비되어야 그 부드러움도 살고 차가움의 진가도 더욱 드러난다. 생명력을 돋보이게 하려면 무기질적인 물체와 대비되어야 하며, 거친 것이 정교하고 세심한 것과 대비되면 그 이질감 때문에 서로 돋보이는 효과가 있다.

사진에서 보듯 거칠게 표현한 장미꽃은 동색 계열의 자투리 천쯤으로 보인다. 장미꽃의 독특한 구조는 직물을 돌돌 말아 대범하게 형태감을 표현하였고, 직물에서 느끼는 따뜻한 느낌도 소비자가 놓치고 싶지 않은 감각이었다. 반면 금속 액세서리는 정교한 세공을 뽐내듯, 대범하게 처리한 부드러운 꽃 위에 차갑고 도도하게 자신을 드러내고 있다. 꽃을 보니 나비가 연상되듯, 시선을 끌고자 하는 액세서리는 나비가 되어 꽃에 사뿐히 내려 앉아 있다. Blue의 찬 image와 대비되게 yellow, orange의 따뜻한 색상으로 대비시킨 디자이너의 깊은 감각도 읽을 수 있다.


다음 이야기기로 나아가기 전에 이어령씨의 "축소 지향의 일본인"이라는 비교문화서에 대해 먼저 언급해아 할 듯 싶다. 제2차 세계대전 패전국에서 가공할 만한 경제대국으로 성장 한 일본에 대해 각국에서는 나름대로 일본을 해석하려 하였다. 그 중에서도 일본과 각별한 관계에 있는 우리 나라 사람이 쓴 "축소 지향의 일본인"은 한국에서 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큰 파장을 일으킨 책이었다. 가장 가까이에서 바라 본 문화의 차이가 일본에서도 많은 공감을 불러 일으켰던 것이다. "Small is beautiful"이라는 슬로건 아래 축소지향의 아이디어로 일본은 많은 분야에서 큰 것을 작게 만들어 세계를 제패해 갔다. 그들은 축소에 능했고, 모든 아이디어 상품을 하나 하나 축소해 갔다.

소개하려는 사진은 파리 시내에 있는 Japanese Restaurant이다. 음식점의 window DP가 이런 식으로 연출되리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 Window 전면을 흑유리로 처리하고 눈 높이 아래 30㎝ 정도의 공간을 DP용 stage로 사용하였다. 잘 생긴 관상목과 꽃이 만발한 정원수를 정갈한 화분에 심어 베르사이유 정원을 연상케 하는 아름다운 정원을 조성하였다. 어느 누가 Restaurant의 DP로 생각하겠는가? 하지만 축소의 미학을 아는 일본인들은 자기네들에게는 없는 그 어떤 것들도 축소하지 못할 것이 없었으니 소유하지 못할 것도 없었다. 꽃잎 하나 하나, 나뭇잎 하나 하나의 정교함에 머리카락이 곤두서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사진의 맹점으로 크기 비교가 곤란하니 30㎝ 정도 높이의 공간에 손바닥 크기 정도의 나무와 화분이 줄지어 있다고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일본식 정원에 있는 분재를 생각해 보면 이 정도의 기교가 터무니없는 것은 아니고, 일본의 "화과자"를 연상하면 이 예쁜 나무와 화분들도 식용일 것 같다.


정원이라는 주제에 대해 크다는 선입견을 갖는 것이 일반적이다. 더욱이 파리에서의 정원은 자연스레 광활한 베르사이유 궁전 정원을 연상케 한다. 그러나 이 Japanese Restauant의 DP는 이러한 광활한 정원을 축소하는 대비의 표현으로 시선을 끌고 있다. 나아가 전면의 흑유리가 주는 미니멀리즘의 성향과 극도로 섬세한 꽃잎의 조형은 대비의 발상으로 연출해 낸 작품이었다.

시각디자인에서는 과장의 기법이 다른 어떤 디자인 분야보다도 많이 쓰인다. 작은 것을 크게, 큰 것을 작게 하여 비교하면 정상적인 경우보다 더 눈에 띈다. 또한 사람들은 작은 것은 값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을 갖고 있다. 그래서 작은 것을 볼 때는 특별한 주의를 갖고 보게 된다. Alexis Cahellec에서 본 장미꽃 위의 액세서리 DP가 그렇고, Japanese Restauant의 베르사이유 정원이 그렇다. 작으면 시각적으로도 집중력이 생긴다. 눈의 초점이 분산되지 않고 한 곳에 모아지기 때문에 큰 것보다 더 쉽게 눈에 띈다.

이제 대비의 발상으로 사물을 축소시켜 표현해 보자. 새로운 아이디어를 하나 더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인처럼 축소하고, 중국인처럼 과장함 속에서 한국 특유의 조화로움을 뽐내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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