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4-24
노인 100세 시대, 우리나라에는 노인들을 위해 세계 어디에도 없는 사랑방 같은 공간이 있다. 노인들의 휴식공간이자 집만큼이나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 바로 경로당이다. 경로당은 노인관련 시설 가운데 가장 접근성이 뛰어나며 전국에 6만2천여 곳에 달하는 훌륭한 우리의 사회적 인프라다. 하지만 시설이나 공간 측면에서는 오래되고 낙후된 곳도 많고 지원의 범위도 한정적이다. 따라서 경로당을 통해 노인들의 일상을 더욱 건강하고 활력있게 지원할 수 있는 보다 체계적인 디자인 서비스가 필요하다.
글│한국디자인진흥원 정보홍보실 김향희 기획전문위원
기사제공 | 디자인DB(www.designdb.com)
이런 시점에서 한국디자인진흥원이 주관기관으로, 성북구청과 디자인전문회사 디자인와우앤파트너스가 참여기관과 수행기관으로 함께 진행한 ‘성북구 경로당 시설개선을 위한 리모델링 디자인 가이드라인 수립’ 프로젝트는 주목할 만하다. 지금까지 공공디자인이 시설물 환경개선이나 거리 등 공간이나 물적 대상중심으로 디자인이 진행되었다면, 성북구 경로당은 공공서비스디자인 관점에서 경로당이라는 공간은 물론 그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을 중심으로 디자인 문제를 해결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프로젝트가 특별한 이유는 ‘규모별 경로당 공간구성 가이드라인’ 수립을 통해 우리나라 최초로 경로당 표준화 작업을 시도했으며 경로당을 활성화 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안했다는 것. 이에 더해 제안된 가이드라인을 토대로 실제 경로당의 디자인 개선작업이 이어졌다.
2011년 9월부터 2012년 11월까지 진행된 이번 프로젝트는 그러나 처음부터 결코 만만한 작업이 아니었다. 성북구와 경로당,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서로 연결되는 방법을 찾기 위해 성북구에 있는 64개 경로당을 직접 방문해 현장조사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경로당 이용 어르신 365명을 대상으로 1대 1 설문지 및 인터뷰 조사를 통해 경로당 프로그램의 이용현황과 문제점을 파악하고 분석했다. 그 데이터를 중심으로 경로당의 규모와 공간 유형, 시설과 디자인 요소를 그룹핑화 하고 세부디자인 요소는 내부와 외부로 구분해 분석했다. 이것을 토대로 경로당 규모와 공간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소형경로당, 중형경로당, 대형경로당 등 규모별로 ‘경로당 내부공간구성 가이드라인’을 수립했다.
또한 경로당 활성화 방안으로 세 가지 프로그램도 함께 제안됐다. 지역복지관, 복지센터 연계를 통한 실내활동 프로그램과, 경로당 자체 운영프로그램으로 유기농 텃밭 가꾸기, 반려식물 가꾸기, 그리고 지역자원인 성북100경을 활용한 야외 활동 프로그램 등이 그것이다.
수립된 가이드라인은 실지로 동선동 경로당 리모델링에 적용해 개선을 진행했다. 동선동 경로당은 노후된 2층 벽돌 건물에 1층은 할아버지들이, 2층은 할머니들이 주로 사용해 온 중형 경로당 규모의 공간이었다. 또다시 현장조사와 인터뷰를 통해 동선동 경로당의 문제점과 개선사항에 대한 심층조사가 이어졌다. 수많은 아이디어 회의를 통해 사용자들의 의견을 수렴한 후 공간 리모델링 시뮬레이션을 제안했다. 제시된 디자인 개선안은 예산을 고려해 리모델링이 진행되었다. 빨간 벽돌의 건물 외관은 밝은 화이트톤으로 새단장하고 외벽 하단에는 화분을 배치했다. 경로당 문패도 산뜻하게 디자인 되었다. ‘동선동 제1경로당’ 과 별칭인 ‘정 어르신 사랑방’은 하트와 열정의 빨간색으로 디자인해 밝고 경쾌한 경로당의 이미지를 표현했다. 불편했던 외부화장실은 내부로 들여와 디자인 되었다. 협소했던 여가실도 군더더기 공간을 없애 훨씬 넓고 쾌적해졌으며 컴퓨터도 여러대 세팅되어 요즘 어르신들은 워드와 메일 쓰는 삼매경에 빠지셨다고 한다.
어떤 공간을 개선하고 디자인하는 것은 사람과 생활방식을 알아가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경로당 또한 그곳을 이용하는 어르신들의 일상이 쌓여가는 곳이다. 단순히 외형이나 미관의 아름다움을 디자인하고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노인들이 스스로 경로당을 활기차게 만들어 나갈 수 있게 하는 것, 형식적인 보고서 결과물로만 끝나는 디자인 개선이 아니라 실제 사용자인 ‘노인이 함께 만들어가는 디자인’으로 그 공간을 건강하게 채워가야만 지속적이고도 알찬 공공서비스디자인으로서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최근 디자인계의 가장 큰 화두인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 앞으로 디자인은 무슨 역할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해답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성북구의 경로당 가이드라인 수립과 실제 동선동 리모델링 활용사례는 경로당 표준화 수립과 활성화에 효과적이라는 측면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 이것이 바로 삶의 질을 변화시키고 사회참여의 일환으로서 공공서비스디자인을 주목하는 이유다.
이정규 디자인와우앤파트너스 부사장
이번 경로당 프로젝트는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되었나요?
원래 이 사업은 서비스디자인 개념은 아니구요, 아시다시피 공공디자인 컨설팅 사업으로 시작이 되었습니다. 기존의 공공디자인 컨설팅을 보게 되면 주로 물적 대상 중심으로 하다보니까 사람하고 공공디자인 대상물들하고의 관계가 일방적이었어요. 물적 중심으로 해서 미관상으로 보이는 외관기준에 포커싱을 하다 보니까 실질적으로 그것을 이용하는 이용자들, 그리고 그 이용자들을 잘 배려해야 하는 공무원분들이라든지 그 뒤쪽에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서포터해주시는 분들의 관계성이 없었거든요. 일방성, 적합성, 효율성 위주로만 진행되었죠.
그런데 이번의 경우 성북구청에서 “공간에 대한 정의도 중요하지만 경로당 활성화를 할 수 있는 프로그램까지 제안을 해 달라”고 요청을 하셨어요. 그래서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소프트웨어적으로 사람과 사람들 사이에서 이용자와 이용자를 어떻게 꾸며주고 관리하며, 또 뒤에서 서포터해주는 사람들까지 보게 되니까 자연스럽게 서비스디자인으로 접근하게 된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풀어나갔나요?
첫 번째로 하드웨어적인 측면에서 공간구성을 어떻게 할 것인가? 그리고 그 공간구성을 하기 전에 그러면 성북구의 여러 다양한 경로당의 가이드라인을 어떻게 먼저 만들 것인가, 쉽게 얘기해서 ‘표준체계’죠. 그것을 만드는 것이 첫 번째 솔루션이었어요. 두 번째는 그럼 공간을 어떻게 개선을 할 것인가, 개선의 방향은 무엇이냐, 이것이 세부적인 디자인 가이드라인이 될 것 같구요. 마지막으로 소프트웨어인데요. 여기에 프로그램을 어떻게, 어떤 프로그램들이 제안이 됐으면 좋겠다는 부분이었죠. 그런데 이것은 기대하지는 않았어요. 처음부터 각 경로당에 이런 프로그램들이 맞을 것이다라는 것들은 할 수가 없다고 생각을 했어요. 왜냐하면 저희가 그 프로젝트만 한다고 해도 실질적으로 기간이라든지 현실적으로 좀 불가능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프로그램을 제안했던 의도가 뭐냐면 “프로그램을 만들 때 이런 프로세스나 이런 생각을 갖고서 만들어라” 라는 게 핵심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부분을 제가 분명히 어필을 해드렸구요.
그러니까 프로그램의 구성, 프로그램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이 프로그램이 누구한테 어떻게 잘 스며들 것인지, 어떤 방법으로 잘 구성하고 만들것인지가 더 중요한 것 같더라구요. 그냥 책상에 앉아서 머릿속에 있는 그대로, 그냥 기존에 하는 프로그램이니까 단순히 방문서비스하면 되겠지하는 그런 것이 아니라는 거죠.
처음 이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경로당과 양로원, 요양원을 잘 구별을 못 했어요. 엄연히 다른 시설물이고 보건복지부 법에 의해도 여가복지시설이예요. 성북구에서 구립경로당 44개를 운영하고 나머지는 다 사립경로당이예요. 143곳 정도 되는데 30년씩 지난 곳이 있다 보니까 5개년 계획으로 1년 예산 5천만원씩 리모델링 계획을 짜시고 계셨던 거예요.
처음에는 무엇부터 해야할지 몰랐어요. 저희는 좀 안일하게 한 다섯군데 샘플링해서 하면 되겠지 했는데 웬걸요. 64곳을 조사해 달라고 하더라고요. 굉장히 당황했었죠. 어쨌든 64곳을 모두 조사 했습니다. 전수조사를 하는데 여기가 어떻게 구조가 되어있냐면 구에서 건물을 임대해서 구립경로당으로 해주는 경우가 있고, 부지는 있고 거기의 건축은 다른 분들의 사유지로 있는 경우도 있고, 너무 다른 거예요. 여기에 대한 기준점을 만들기가 상당히 어려웠어요. 그래서 가이드라인의 기준점을 어떻게 했냐면 이용자분들한테 “무엇이 가장 중요하시냐?”고 직접 물어보면서 사용자 니즈와 필요충분조건을 정리해 나갔습니다.
인터뷰 결과 경로당을 이용하는 평균적인 시간이 4시간 정도 된다고 하시고 그 4시간 동안 무슨 활동을 하시는지 봤더니 할머니들은 거의 토크(이야기)를 하신다는 거예요. 할아버지들의 경우에는 고스톱을 치시는데 이것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게 아닌 거예요. 고스톱을 치시면서 얘기를 하시는데, 얘기를 나누시기 위해 고스톱을 치시는 것이었어요. 또 노인분들도 노인분들 나름대로 일자리, 취미, 그리고 복지관련해서 관심은 많으신데 그저 얘기만 나누셨던 거죠.
어쨌든 전수조사를 하다보니까 제일 필요한 게 주된 공간인 거실 개념의 여가실, 화장실, 주방 순으로 나타났어요. 이를 토대로 경로당 규모와 공간의 우선순위를 설정을 해서 소형경로당, 중형경로당, 대형경로당으로 ‘규모별 내부공간구성 가이드라인’을 설정해 경로당 공간에 대한 정의를 해드렸습니다.
사실 노인분들이다 보니 손목힘이 모자라서 문고리도 잘 못 돌리세요. 오래된 경로당의 문고리들은 대부분 동그란 문고리들이 많은데, 최근 우리 일반 가정에서 사용하는 ㄱ자형 고리는 별다른 손목힘 없이 그냥 밑으로 내리면 되잖아요. 이렇게 문고리 하나까지도 노인들의 신체적 특성을 고려했고 하나하나 신경 써서 디테일한 부분까지 다 가이드라인을 설정 했습니다.
이처럼 사용자를 가장 먼저 고려한 UI(사용자 환경)와 UX(사용자 경험) 측면에서 그 기준을 마련하려고 고민했지요. 이를 위해 우리나라 노인 관련한 논문과 연구자료들을 찾아서 적용을 했습니다. 예를 들면 계단의 높이라든지 계단 바를 어떻게 설치하고 세부적으로 노인들이 어떻게 하면 편안하게 내부공간에서 편히 쉴 수 있는지 그 요소들을 다 찾아서 내부공간은 물론 외부공간의 정의를 해드렸고 그것의 가이드라인을 만든 것이죠.
활동 프로그램 제안 관련해서는 사실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디자이너가 무슨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겠느냐며 심사위원분들도 반신반의하셨죠. 디자인회사에서 프로그램을 짤 수 있겠냐고 우려도 있었습니다.
일단은 성북100경 사업을 참고했습니다. 성북100경이 뭐냐면 성북구에 있는 자연경관이나 역사유적, 문화적인 공간 등을 선정해 구민들에게 휴식공간을 주는 것이죠. 그런데 조사를 하다보니까 낮에 경로당에 계신 분들이 실내에서 얘기만 하지 마시고 나가서 이곳과 연계를 할 수 있는 게 뭘까, 노인 관점에서 성북구의 100경을 문화, 건강, 콘텐츠에 대한 카테고리를 나눠서 제안을 드렸구요.
또 하나는 복지관에서 운영되는 사회복지 프로그램들과 연계한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방안이예요. 물론 당시에도 프로그램들이 있었고 경로당에도 프로그램을 포스터로 붙여놓고 안내하고 있었지만 사실 포스터만 붙여놓고 이용들은 안 하세요. 왜 이용을 안 하냐면, 경로당을 이용하는 분들이 주로 이곳에 와서 하는 일이 얘기를 나누시는 것인데, 여기다 억지로 프로그램을 넣어서 “이것을 해라”라고 하는 부분들이 현실하고 안 맞았던 거예요. 그리고 공간도 없고. 그렇다면 과연 와우는 무엇을 해야 될까라는 부분을 많이 고민했지요. 이 부분을 담당 디자이너인 김태경 주임이 가장 많이 고민을 했는데요. 예를 들면 추억의 영화를 본다라든지 여러 가지 제안들을 다시 또 카테고리를 나눠서 제안을 드렸지요.
그 카테고리에 대해 좀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세요.
설문조사가 1대1 인터뷰였는데 조사 결과 이용자분들의 주관심사가 일자리, 건강, 복지, 그다음이 취미 이런 부분들이 있었어요. 따라서 그분들이 원하시는 부분들, 그 연령대에서 원하시는 부분들의 카테고리를 찾아냈습니다. 여러 가지가 있는데 이 중에서도 반려식물과 텃밭가꾸기 제안이었어요. 반려식물 가꾸기의 경우 굉장히 정신적인 부분에서도 안정감을 주고 성취감을 많이 이루신데요. 반려동물보다도 반려식물이. 그래서 반려식물 가꾸기나 도심텃밭 가꾸기를 제안드렸죠. 선인장이나 꽃 화분을 경로당에 제공하고 거기에 할머니, 할아버지 이름을 붙여서 가꾸시면 자기 자신의 자존감과 누군가가 알아준다는 위안감을 느낀다고 하더라고요. 이런 부분들은 상당히 매리트가 있었습니다.
경로당 규모별 가이드라인을 설정한 후 실지로 동선동 리모델링에는 어떻게 적용 되었나요?
이 프로젝트 특성상 가이드라인 설정까지만 끝내면 되는데 대표경로당 하나를 실질적으로 디자인을 하게 됐습니다. 바로 동선동 경로당이었는데요. 3주 정도 현장 조사 다시 하고 여기 회장님하고 이용자분들 인터뷰를 해서 동선동 경로당은 무엇이 문제점인가를 찾아냈죠.
그 문제점에 대한 내용은 크게 여러 가지가 있는데 우선 건물의 계단이 외부 계단으로 되어 있고 엄청 좁아요. 폭도 좁고 계단이 높아서 1층에 계신 할아버지들이 점심 식사때 2층에 계신 곳으로 올라가려고 하면 바깥으로 나와서 계단을 올라가야 했어요. 와우의 가장 핵심 포인트는 “복층화 해라, 그것을 내부 계단화 하고” 였습니다. 2층에 할머니들이 밥을 해놓으시거나 2층에서 무엇을 하려고 하시면 1층으로 내려와서 얘기를 해야 하는데요. 이처럼 복층을 하면 2층에서 아래가 다 보이니까 바로 “영감님들”하며 부를 수 있잖아요. 수많은 시뮬레이션을 거쳐 디자인 시안도 제작했는데 이 부분은 예산상 비용도 많이 들고 오래된 건물이라 안전성 문제도 있고 해서 좀 아쉬웠죠. 또 건물 뒤뜰이 있었어요. 괜찮은 공간인데도 불구하고 그냥 놔두고 계셨는데 오히려 개방성 있게 공간을 짜라고 해서 이 공간도 활용을 하셨구요. 복층 계단 부분을 제외하고는 비용 한도 내에서 제시한 리모델링 아이디어를 거의 80% 이상 진행하셨어요.
단순히 외형 위주로 접근이 되다 보면 시설 위주로 밖에 할 수 없었던 거죠. 실제로 이용자분들과 직접 사용행태나 불편한 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여가실이 좀더 넓어지고, 화장실 등 불편한 부분들이 해결이 되고, 그 다음에 건물 특징적으로 계단이 높다든지 비좁다든지 하는 부수적인 부분들에 대한 공간개선의 아이디어가 만들어졌지요. 이 부분들을 단순히 이전에 하던 일반적인 공공디자인 컨설팅 개념으로 접근하면 미관 중심의 디자인 사업하고 같을 수 밖에 없는 것이죠. 그래서 저희는 진행하면서 더욱 애착이 생기더라구요.
와우에서 생각했던 ‘좋은 경로당 환경’은 어떤 모습이었나요?
처음 이 일을 시작할 때의 좋은 경로당에 대한 개념은 시설면에서 그저 쾌적하고 넓고 이런 것만 생각했었죠. 그런데 이번 일을 경험한 이후 지금 와서 생각하는 좋은 경로당은 거기 계신 이용자분들이 편하고 그 공간 속에서 만족감을 느끼는 것이라고 생각을 해요. 물론 기본적으로 그 안에서 4시간에서 6시간 정도 생활하시고 그분들이 직접 사용하시는 곳이니까 공간이 쾌적할수록 좋겠죠. 그런데 동등하게 쾌적하다고 하면 ‘어르신들까지 밝은 경로당’이 좋은거죠.
동선동의 경우도 처음 인터뷰 때보다 많이 밝아지셨다고 한 말이 인상적이었어요.
정말 많이 밝아지셨어요. 그리고 매번 어르신들이 말씀하시는 거지만 화장실이 냄새가 나서 아무리 해도 안 된다고 엄청 불편해 하셨는데 실외에서 실내로 위치를 바꿔 버리니까 냄새가 안 나는 것이 정말 좋으신 거죠. 그게 핵심이 아닐까 해요.
리모델링 과정에서 가장 많이 고민하고 신경 쓴 부분은 무엇입니까?
제일 많이 신경을 쓴 부분은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용자 중심으로 바라봤다는 거죠. 다시 말씀드리면 전에는 대상 중심으로, 죽어있는 사물 중심으로 바라봤는데 굉장히 일방적이었던 거죠. 주변의 데이터, 저의 경험, 그리고 자문해주시는 분들의 자문들을 통해서 일방적으로 사물에 대고서 얘기를 했는데 이번의 경우 그럴 수가 없었던 거고 오히려 거꾸로 그분들의 얘기를 들어야 되는 상황이니까. 그래서 제가 다시 재생산해야 되는 게 가장 달랐던 점이고 핵심이었죠.
그리고 이용자들이 필요로 하는 것도 매번 바뀐다는 거죠. 경로당의 경우 난방비와 관리비 정도를 지원해 주는데 나머지 점심을 해결할 쌀이나 김치 등은 후원을 통하거나 회원들이 직접 해결해야 하는거죠. 이곳은 주택지역이라 기업의 후원도 거의 없고 그나마 5년 동안 김치를 후원해 주시는 고마운 후원자가 있었는데 올해는 김치가 끊길까봐 걱정을 하고 계시더라구요. 그러면 저희는 동선동 경로당을 위한 프로그램을 다시 생각을 해야되는 거죠. 후원을 해주면서 어떻게 링크를 할 것인가. 정부에서 지원을 못하면 민간의 링크를 어떻게 할 것인가, 그러면 민간에 어떤 혜택을 줄 것인가, 또 바뀐 거예요. 그러니까 그것을 현장에서 직접 듣고 하라는 거예요. 다시 말씀드리면 이것이 바로 이용자 중심이고, 우리가 들었던 것들을 서포터해주는 공무원들한테, 백스테이지에 있는 사람들한테 어떻게 전달하고 제도화 할 것인지, 지속가능성이 어떻게 이루어질 것인지. 이런 것들의 솔루션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을 해요.
진행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이나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가장 어려웠던 점이자 에피소드라면 가장 고생한 김태경 디자이너가 너무 힘들어서 서너번 정도 펑펑 운 것 같아요. 가장 힘들었던 점은 가이드 라인 구축과 표준화를 만들기 위해 여름에 64곳을 직접 전수조사를 한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힘들었구요.
반면에 프로젝트를 통해 가장 행복했던 때는 언제셨나요?
오늘인 것 같아요. 어르신들이 저렇게 좋아하시는 것을 보니까요. 많이 밝아지셨어요. 구청에서의 반응도 뜨거우니까 뿌둣하더라구요. 성북구의 경우 디자인 과장님도 그렇고 정책 담당자분들이 굉장히 적극적이세요. 물론 예산이란 문제가 있지만 적극적인 곳들은 무조건 지원을 지속적으로 해주셔야 해요. 원래는 지난해 경로당 프로젝트를 하시고 나서 또 한차례 성북구에서 지원 신청을 내셨는데 안 되셨어요. 물론 정부에서도 예산이란 문제가 있지만 저의 개인적인 바람은 디자인적인 오픈마인드와 열정, 적극성을 가지고 있는 지자체들은 한번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지원을 해 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경로당이 어떤 방향으로 진화되기를 꿈꾸십니까?
보고서 마지막에 미래디자인경로당의 비전을 언급하기도 했는데요. 노인분들이 증가해서 지금 현재는 연령대별로 모이는 공간이지만, 노령화가 급속해지고 노인들이 더 많아지면 그 연령대 안에서 공동 관심사나 공동 테마가 형성이 될 거예요. 그분들끼리 모여져 하나의 큰 복지센터라든지 커뮤니티가 형성이 될 것이고 더 나아가서는 활력 있고 건강한 노인타운이 되지 않을까 저는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스크린 골프 경로당, 게임동호회 경로당, 도시농업관심 경로당처럼 말은 경로당이지만 커뮤니티 형태로 바뀌겠지요. 관심사별 동호인 모임처럼 말이죠.
이번 경로당 프로젝트를 경험하면서 공공서비스디자인에 대한 바람이 있다면요?
서두에 말씀드린 것처럼 공공서비스는 사람들, 이용자와 그 이용자 뒤에서 서포터해주는 관계가 너무 단순하면 공공서비스디자인으로 활용할 테마꺼리가 없어요. 기존의 효율성과 코스트 중심, 기능성 중심으로 움직이는 공공디자인 영역은 공공서비스 분야에 맞지 않다고 저는 판단을 하구요. 그러면 뭐냐? 예를 들면 경로당이라든지 어린이집이라든지 민원서비스 관련된 부분이라든지 기타 이해관계가 오고가는 부분들이 있고 그 안에서 해결해야 할 공간이 있다고 하면 유형, 무형으로 공공서비스 부분으로 확대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 또한 저도 이번에 겪어본 경험으로 향후에는 더 넓은 광의의 서비스로도 갈 수도 있겠죠. 예를 들면 온오프라인에 있어서 지금은 굉장히 오프라인에 포커싱이 되어 있지만 온라인 상에서도 오프라인과의 연계성을 찾아주자는 것입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연계가 단순히 웹사이트에서 “위치가 어디지?” “찾아가서 뭐지?” 이게 아니라 지금과는 굉장히 다르게, 더 밀접하게 연결을 시키는 거죠.
구체적으로 이번 동선동 경로당을 예를 들어보죠. 경로당 후원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저분들 자체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니까 동선동 경로당의 일상을 회장님이나 회원들이 직접 블로그 형식으로 올려서 블로그를 활성화하는 거예요. ‘우리 경로당은 이런 상황인데 이런 경로당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리고 우리 현황은 어떻습니다’ 등의 현황을 올려서 보여주는 거죠. 물론 누군가가 서포터를 해주겠지만. 그러면 이것을 보고 누군가는 기부를 해주는 거죠. 그게 온오프라인의 연계이기도 하구요. 특히 온라인의 가장 큰 특징은 불특정 다수를 오픈소스로 해서 많이 알려줄 수 있고 프로모션 할 수 있다는 것이잖아요. 이런게 온오픈라인이 결합이 되는 거지요. 그럼 결합되기까지의 중간 과정에서는 누가 서포터를 할 거냐? 구청에서 할 수도 있고, 민간이나 사회적 기업이 나서서 성북구의 이런 경로당들의 취지를 찾아서 그것을 온라인으로 공유하는 것 역시도 서비스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이용자분들한테 혜택이 주어져야 되는 것이구요. 그리고 무엇보다 앞으로 공공서비스디자인은 반드시 아웃풋이 나와야 한다고 봅니다. 반드시!
개인적으로도 공공서비스 부분은 충분히 메리트가 있는 영역이라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공익이기 때문에 모두 다 혜택을 누린다는 측면에서. 그렇지만 한정된 자원과 소스에서 비교가 되기 때문에 그러면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 그것을 공급해주는 공급자, 받는 사람, 그리고 전달해주는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어느 정도 만족감을 높여줄 수 있으면 공공서비스디자인이 된다는 것이 이번 프로젝트를 하면서 느끼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또 아쉬운 점은 지금처럼 일회성으로 프로젝트가 진행되면 지속성이 떨어지는 거죠. 예를 들면 이런 거예요. 경로당 프로젝트를 했는데 그럼 비포(Before)와 애프터(After)가 뭐야? 그럼 디자인회사는 답답한거죠. 왜냐면 비포와 애프터는 저 정도 수준이지만 그 안에 수많은 얘기들을 전달하려고 노력을 했고 그것을 단지 문서화 했던 건데, 그 과정은 없어지는 거죠. 남들이 보면 그거 그냥 인테리어 한거네, 그러구요. 그런데 사실 그렇지 않거든요. 계속 지속적인 관심을 어떻게 이끌어낼 것이냐, 이것이 바로 공공서비스디자인이라고 생각을 해요.
정책적으로도 그냥 한 시즌 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물론 이것을 수행하는 디자인 기업들한테도 프레임 웍이나 프로세스가 만들어져야 할 것 같아요. 분명히 만들어져야 해요. 그래야 평가를 할 수 있으니까요. 그 평가나 프로세스도 좀 진정성 있게 만들고 시범사업해서 이게 지속적인 국가사업으로 됐으면 하는 바람이죠. 정말 이게 말그대로 ‘복지’ 잖아요. 복지에 우리 디자이너들이 돈도 벌면서 재능기부도 할 수 있도록 한다면 그야말로 얼마나 좋은 사업이예요.
그런데 이게 지속적이지 않고 끊길까봐 걱정이 되는 거죠. 그래서 그냥 저의 생각인데 한국디자인진흥원이 산업통상자원부 산하이기는 하지만 요즘은 융복합의 시대이기도 하잖아요. 또 서비스디지털융합팀이 생겼으니까 문광부도 될 수 있고 건설교통부도 될 수 있고 뭐 이런 쪽하고도 연결해서, 결국은 우리나라 잘되라고 하는 것이니까 디자인의 역할을 공공적으로 풀 수 있는 공통분모를 찾아내면 정말로 바람직한 일이 아닐까 생각을 해요. 그럴 때 한국디자인진흥원의 역할과 범위 또한 더 넓어지지 않을까 생각을 합니다.
김태경 디자인와우앤파트너스 디자이너
어르신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곳 중에 화장실이 있어요, 그런데 화장실이 외부에 있어서 신발을 신고 나와서 화장실을 가야하는 불편한 점이 컸어요. 인터뷰와 진단 결과 내부에 들여와야 되는 것이 무엇이냐를 생각했을 때 일단 화장실을 내부로 들여야 겠다, 계단도 일단 내부로 들이는 것이 좋은데 이것은 가장 이상적인 제안은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비용이란 측면에서 실질적인 반영은 아쉽지만 계단은 그대로 두기로 했어요.
개선된 점은 화장실이 내부로 들어왔구요. 기존에 할머니들이 2층을 쓰시는데, 할머니들이 관절염이 많으세요. 계단을 오르락 내리락 하는 것도 힘드시구요. 그렇지만 계단이 없을 수는 없으니까 소통의 개념에서 복층을 제안하기도 했지만 절충안으로 인터폰을 설치해 소통을 한다든지 등이 개선이 되었던 부분이었어요. 주방 같은 경우도 원래는 거실 내부에서 별도로 구성이 되었었는데 지금은 거실하고 같이 조금더 사용하시기 편리하게 개선이 되었구요.
어르신들이 정말 요구하는 니즈들은 많이 발견을 했는데 그것들을 실질적으로 현실화시키기에는 예산적인 측면에서 많은 장벽들이 있고 그것을 다 해결해드리지 못한 안타까움이 좀 있어요. 어쨌든 어르신들이 지금 선에서도 만족을 하시는 것을 보니까 보람되기도 하구요. 개선 전에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만났을 때 보다 지금 훨씬 활기와 활력들이 넘치셔서 진행한 저로서도 행복해요.
김병화 성북구청 부구청장
성북구에서 진행된 경로당 리모델링 프로젝트가 공공서비스디자인 관점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공공분야에 있어서 디자인이라는 부분이 사실 초기에는 보통 물리적인 환경이라든지 시설개선 등 이런 쪽의 외관의 변화에 중점을 두었잖아요. 이로 인해 걷고 싶은 거리 등의 사업에 치중을 많이 했어요. 이처럼 주로 물리적인 환경, 외부 시설물의 개선 이런 것만 했지, 사람에 초점을 두지는 못했어요. 외관은 좀 달라진 것 같지만 실지로 보면 이용하는 사람들이 더 적어지거나 사업을 진행한 거리에 시설적인 개선은 했지만 오히려 사람들이 더 없게 만드는 역효과를 낳은 적도 있는 것 같애요. 그런데 이번 경로당 프로젝트는 초기부터 이용자의 편의라든지, 이용자 중심으로 해서 외관의 하드웨어는 물론 소프트웨어를 개선하는 방식으로 접근했기 때문에 그게 아마 여태까지 한 방식과는 다른 좋은 접근법이라고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지난주에 우리 구청직원들과 같이 동선동 경로당을 방문해서 거기 계신 이용자들,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얘기를 직접 들어보니까 굉장히 만족도가 높으시더라고요. 실제로 사용하는 이용자가 느끼시는 만족도가 아주 높으시니까 저희들도 행복했습니다. 공공서비스디자인이라는 측면에서 노인들을 위해 하나하나 세부적인 것까지 배려하고 전문가적 접근을 해서 이용자들이 만족 하시니까 그 점에 대해서 높이 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성북구청이 어쩌면 우리나라 지자체 최초로 경로당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구축해 표준화 했고 이것을 토대로 실지로 동선동 경로당에 적용을 했는데요. 한층 업그레이드 된 동선동 경로당의 모습을 보고 주위는 물론 성북구청 직원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어떤 부분에서는 노인문제가 가장 큰 미래 행정의 해결해야 될 과제인데요. 일단 우리 관내에 많은 경로당 사업을 기존의 행정부서가 아니고 디자인 관련부서에서 같이 공동과제로 수행하고 그것으로 인해 노인문제에 대해서 새로운 접근으로 해결이 됐다는 것에 관련 직원들도 새로운 분야를 개척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경로당 한곳만 수요조사를 한 것이 아니고 성북구 관내에 있는 64군데를 조사해서 그것을 대, 중, 소 규모별로 나누고 세부적인 디자인 요소들을 고려했고, 개선할 사항을 이용자들이 필요로 하는 것 위주로 진행했기 때문에 앞으로 성북구가 계속해서 추진할 리모델링이나 보수, 신축 등 전반적인 경로당 개선사업에도 이 가이드라인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이번 수행한 결과를 보니까 디자인적으로 고려한 요소가 경로당 등 노인시설 뿐 아니라 다른 공공시설에도 인권적인 측면에서 성북구가 접근을 할 수 있는 좋은 시작점을 만들어 준 것 같습니다. 관내 동사무소 건립 시에도 사용자의 권리라든지 이런 쪽에 이용자 중심의 가이드라인 적용을 가장 우선순위에 두고 법적으로도 검토를 하고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로 굉장히 도움이 되는 그런 좋은 사례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요즘 노인문제, 노인문제 하지만 뭐 심각성을 잘 모르잖아요. 또 지금까지 이런 솔루션을 제공 안했기 때문에, 다시 말해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들이 안 따라 갔기 때문에 흔히 말하는 화투 치고 하는 것이지, 사실 노인분들의 욕구는 굉장히 높으세요. 경제적인 어려움도 있지만 문화적인 여가를 즐기고도 싶고. 그 다음에 또 외롭잖아요. 그런 측면에서 단지 깨끗하고 외관에 치중하며 시설 몇 군데 고치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이용자 편의라든지 이용자 니즈를 잘 포착해서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그런 부분들에 대해 직접 현장조사를 한 후 가이드라인을 도출해 냈다는 게 고무적이고 앞으로 경로당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 것 같습니다.
왜 “사람은 사람에 흥미를 느낀다”고 그런 말도 있잖아요. 사람 자체에 초점을 맞추고 이용자가 노인분들이다 보니까 이번 경로당 프로젝트는 노인들을 위한 여러 가지 해결책까지 제시해 굉장히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경로당 뿐 아니라 관련 복지시설에 대해서도 잠깐 언급해주셨는데요. 공공서비스디자인 관점에서 특화된 경로당 가이드라인이나 제시된 프로그램과 컨셉들이 향후 성북구의 다양한 공공 복지시설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될 것이고 어떻게 활용할 계획이신지 정책적 측면에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제가 경험한 것 중에 보육시설의 경우에도 친환경 시스템을 도입한 결과 학부모들의 반응이 폭발적이었어요. 아토피에 초점을 맞춘 디자인이라든지, 이런 부분에도 아동의 특수성을 고려할 게 굉장히 많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단순한 건축설계가 아니라 아동들이 무엇을 원하느냐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구요. 앞으로 이것만 있겠어요? 공공시설 쪽에 적용가능한 부분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체육시설이나 도서관이라든지... 여태까지는 효율성과 경제적인 것을 우선시해서 이용자 측면에서의 고려사항들은 미흡했지요.
“디자인이 사람을 위로한다”고도 하잖아요. 그런 면에서 디자인을 활용할 분야는 많은 것 같아요.
동선동 경로당의 경우 계단이나 이런 부분들이 사실 아쉽기는 하지만 또 건물자체가 가지는 한계가 있어요. 계단이나 이런 쪽에 직접적으로 손을 못대는 곳이 있기도 했지만. 이런 제약 범위 내에서 정말 와우앤파트너스분들이 고생 많으셨지요.
한국디자인진흥원에서는 사람 중심의 공공서비스디자인의 활성화와 지원 정책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지자체 입장에서 바라는 점이 있다면요?
전반적인 디자인들이 공공분야까지 확대 적용되고 특히 지금까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에 해답을 제시해 주는 점에 대해서 지자체 입장에서는 무척 고맙고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서 좋았습니다. 앞으로 지금 말씀드린 것처럼 다른 공공시설, 어린이, 청소년, 복지시설에 계속해서 컨설팅과 가이드라인을 주는 그런 사업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성북구가 굉장히 특색있는 지역이예요. 도심이면서도 옛날의 정서가 많이 남아있는 지역이죠. 그리고 행정에 관해서도 굉장히 보람을 많이 느낍니다. 주민들의 정책 수용도도 아주 높구요. 옛날 정서가 남아있고 노인인구도 많은 편이예요. 노인시설 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시설에 대한 개보수가 높은 지역이예요. 그래서 제가 맨날 그래요. “공공디자인의 시범이 되는 사업지로 최적의 장소야! 사람들도 고마워 하고 효과도 좋고 반응도 바로바로 나타나고”라고. 하하. 또 담당디자인 과장이 디자인정책 실무에도 밝고 적극적이예요. 그래서 향후 이러한 사업들이 일회성 선정에만 끝나지 말고 지속적인 정책으로 지원이 되었음 하는 바람입니다. 또 앞으로 디자인진흥원의 다양한 공공서비스디자인 사업에 성북구가 함께 참여해 다양한 공공서비스의 좋은 사례가 많이 나왔으면 더할 나위없이 좋겠지요.
이번 경로당 프로젝트는 끝난 사업이 아니라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진행되고 함께 계속해서 만들어가는 프로젝트라고 생각합니다. 아직도 낙후되고 소외된 경로당이 많은데 앞으로 경로당 공간의 환경 개선은 물론 경로당 활성화를 위해 어떤 점을 중점적으로 개선하고 정립시켜 나갈 계획이신지요?
요즘 인생2모작이라는 말도 있잖아요. 단순하게 주먹구구식 경로당 개선이 아니라 제시한 가이드라인에 맞춰서 여가와 경제적, 문화적인 노인들의 욕구를 충족시켜 드릴 수 있게, 또 여기에 발맞춰서 경로당의 시설까지 포함해 하나하나 개선을 해나갈 계획입니다. 이번 경로당 프로젝트는 다시 한번 적용해 볼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 있어서 정말 좋았습니다. 무엇보다 동선동 경로당 개선을 계기로 구청직원들이 한 달에 한번 경로당 방문을 진행 중입니다. 왜 “만나야 안다”고 직접 만나서 들어봐야 무엇이 가장 필요한지,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을 테니까요.
김영미 성북구청 도시디자인과 과장
아직까지 공공디자인 프로젝트에서 사용자가 중심이 되는 서비스 개념을 도입한 이런 사례들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경로당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처음에는 굉장히 힘든 점이 있었어요. 그런데 차츰차츰 말씀을 나누면서 정책 결정하시는 분들의 호응이 좋으셨고 프로젝트 중간발표 등을 거치면서 굉장히 필요한 사업이라는 것을 너무 깊이 인식을 해주셔서 계속해서 좋은 결과물이 나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또 동선동 경로당 리모델링 시범사업을 직접 진행해서 평가가 좋았기 때문에 계속해서 올해는 2곳 정도 경로당 리모델링을 가이드라인에 맞춰서 추진할 계획이예요. 물론 예산 책정도 됐어요. 한 지역은 리모델링을 하고 또 한 지역은 성북구청에서 신축을 해요. 여기에도 제안한 가이드라인에 준해서 보수를 하거나 시설을 설치할 계획으로 있습니다.
이번 경로당 프로젝트는 형식적인 가이드라인 제안이 아니라 가이드라인을 실질적으로 적용한다는 그런 차원에서 전체적으로 진행이 되고 있으니까 담당자로서도 굉장히 뿌듯하고요. 앞으로도 이런 공공서비스디자인 사업들이 더욱 활발히 진행이 되었음 좋겠습니다.
동선동 제1경로당 오채영 4대 회장님, 김영구 5대 회장님
무엇보다 환경이 이전보다 깨끗해지고 넓어져서 좋습니다. 건물 밖도 빨간 벽돌이었던 것을 하얗게 칠해서 좋고. 밖에 있던 화장실도 안으로 들어와서 사용하기 너무 편합니다. 밖에 있을 때는 화장실 청소를 아무리 깨끗하게 해도 냄새가 났는데, 이제는 냄새도 안 나고 좋아요. 점심을 먹을 때는 2층에 계신 할머니가 직접 내려와서 식사하시라고 해야 했는데 인터폰이 있으니 그런 번거로움도 없구요. 또 이전에는 컴퓨터도 없었는데 여가실을 넓히면서 컴퓨터도 들여놨어요. 워드로 편지도 쓰고 주로 이메일을 많이 사용하죠. 개선된 뒤 경로당 이용회원 수도 더 늘었어요.
건물 앞에도 꽃이 있으니까 좋아하더라고. 처음에 꽃을 갖다 놓으니까 지나가면서도 경로당인지 모르고 원룸인줄 알고 화분을 얼마주고 사 왔냐고 묻기도 하구요.
경로당하면 ‘노인들 쾌쾌 묵은 집이다’ 이런 느낌이 없지 않아 있었는데 우리 경로당은 이제 새로운 스윗트 홈이 된 것 같은 그런 거죠.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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