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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심층, 다양화되는 포토저널리즘 주제 선택에서 고려할 점

2011-07-01


기존의 신문은 사건, 사고 등의 스팟 뉴스(spot news)나 예정된 행사나 집회 등의 제너럴 뉴스(general news)를 사진 뉴스의 중심 주제로 다루어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영상문화의 영향 그리고 젊은 세대의 변화 등을 근거로 신문의 연성화 경향이 가속화되고 있다.

글 | 김성민 경주대 미디어아트학부 교수

이러한 이유에서 신문의 사진 뉴스도 신문만이 갖고 있는 강점을 약화시키지 않는 방향에서 새로운 경향을 도입하는 방향으로 균형 있게 진행되고 있다. 신문의 연성화는 화보를 더욱 중요시하게 되고, 과거에는 강조되지 않았던 연예, 스포츠 그리고 일상생활을 포함하는 피쳐 스토리(feature story) 등을 빈번하게 다루는 경향으로 전환하고 있다. 일간 신문들이 기존의 사내(in-house) 기자들에게 의존하였던 스팟 뉴스와 제너럴 뉴스 사진들을 연합이나 뉴시스와 같은 통신사로부터 받아서 사용하고, 사내 기자들은 점진적으로 기획력이 필요한 피쳐 기사에 집중하는 변화에서 최근의 경향을 알 수 있다. 이는 인터넷, 방송, 위성 TV 등의 다양한 매체들에 비해 신문의 속보성이 훨씬 더 떨어지기 때문이고, 이러한 매체들의 속보성을 신문이 따라가기는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위의 사실들을 통해 우리가 스팟 뉴스나 제너럴 뉴스의 중요성이 감소했다고 속단할 수는 없다.

단지 과거보다는 좀더 심층적인 사진 취재와 스토리 위주의 화보가 더욱 중요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미국은 이미 TV 등장 이후에 신문이 심각한 위기를 맞았던 시기에 U.S. News & World Report지를 중심으로 보는 신문, 섹션 신문으로 방향 전환을 하였다. 특히 The New York Times와 같은 대형 신문사들이 주말에 발행하는 일요 매거진(Sunday Magazine)은 사진이 다른 어떤 기사들보다 더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경향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경향은 국내의 일간지에서도 섹션화, 주말 특집호 등을 통해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일간지의 신문보도 경향은 점차적으로 심층 보도를 중심으로, 과거보다는 주제가 다양해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이러한 주제의 다양성은 과거보다는 좀더 사진기자의 개성이 더 중요시되고, 기획력이 더 강조되는 성향으로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심층 보도와 다양한 주제는 신문보다는 잡지에서 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현재 발행되는 4천여종 이상의 잡지들(유가지 1천 2백종, 무가지 2천여종, 정부간행물 5백여종)은 신문보다 좀더 다양한 경향을 보인다.

물론 백화점식의 여성지, 시사주간지 등이 일반인들이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잡지라고 할 수 있지만, 더 많은 잡지들이 문화예술, 전통, 스포츠, 레저, 여행, 경제, 컴퓨터, 종교 등으로 전문화, 세분화되어 있다. 이러한 성향들을 본다면 사실상 포토저널리즘의 주제가 아닌 것은 없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주제는 반드시 독자들이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있느냐를 기준으로 선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필자는 포토저널리즘 강좌를 수강하는 학생들에게 첫 시간에 한 가지 조건을 제시한다. 이 조건은 어떤 주제를 정하기 전에 신문, 인터넷, 텔레비전, 잡지 등을 샅샅이 찾아보고 흥미로운 주제들을 스크랩하라는 것이다. 독자들이 관심을 끌 수 있는 조건을 갖추려면 일단 최근에 발생한 뉴스로부터 그 소스를 찾는 것이 가장 쉬운 방법이기 때문이다. 물론 프로 야구의 1군 선수만큼 2군 선수가 포토스토리의 주제로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자신이 촬영한 포토스토리가 판매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최근에 거론되는 인물 혹은 경향 등을 쫓는 것이 더 쉬운 방법이다.

일례로 ‘바퀴벌레 시인’이라고 하는 것은 90년대 이후부터 등장하기 시작해 최근에 들어 더 많은 조명을 받게 된 기존의 관념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난해한 시를 쓰는 일군의 작가들을 의미한다. 최근 들어 텔레비전 시사 프로그램에서도 몇 차례 거론되기 시작했는데, 이러한 세간의 관심이 시들해지면 그다지 큰 관심을 끌지 못하는 주제가 될 수도 있다. 또 다른 예로 그동안 많은 사진가들이 다루어왔던 ‘한국의 입양’ 문제는 항상 중요한 사회적 이슈였지만, 최근에 한 텔레비전 오락 프로그램에서 친부모와의 상봉을 주선하면서 더욱 부각되었다. 입양아 문제는 과거에도 존재했고, 현존하는 한국의 사회적 문제임에 틀림없지만, 최근에 더욱 관심이 부각되면서 더 좋은 주제로 떠오를 수 있는 것이다. 좀더 극단적인 사례를 통해 설명하면, 수능 시험과 같은 주제는 당일 촬영해 그 즉시 매체로 판매되어야 하는 주제이다. 즉 수능 시험이 지나버리면 그다지 큰 흥밋거리로 부각될 수 없는 그런 주제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다음해 수능 이전에 자료사진으로 사용될 가능성을 가지고 있지만, 이러한 주제는 대부분 통신사나 신문사들이 모두 가지고 있는 원고들이기 때문에 큰 기대를 갖기는 어렵다.


주제를 정할 때 고려해야 할 또 한가지는 사진가 자신이 주제를 좀더 폭넓게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로 들었던 입양아 문제는 최근의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나오는 것처럼 성장한 입양아와 친부모의 상봉을 주제로 촬영할 수 있다. 그러나 입양아의 근본적 문제를 다룬다는 차원에서 미혼모나 경제적 위기로 와해되는 가정 등에 초점을 맞추어서 접근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리고 입양 단체, 국내 입양 성공사례(사진2), 출국하는 아이들 등으로 주제를 넓혀갈 수도 있다. 물론 비용이 많이 들 수 있지만, 입양 현지의 사례 조사를 한다면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 출간할 기회를 얻을 가능성도 있다.


다른 사례를 통해 좀더 설명하자면, 주제를 폭넓게 보자는 것은 주제를 다른 시각에서 접근할 수 있는 가능성을 포함한다. 즉 주요 매체들에서 다루었던 특정 주제를 좀더 다른 시각에서 조명하는 것도 좋은 주제 접근법이라고 할 수 있다. 작년에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MBC TV의 생방송 뮤직 캠프 도중에 발생했던 한 인디밴드의 나체 해프닝 사건은 홍대앞을 중심으로 형성된 젊은이 문화에 대한 강한 비판을 불러일으켰다. 이러한 주제를 다룰 때에도 비주류 문화에 대한 마녀사냥을 우려하는 시각을 보여줄 수 있는 방향으로 접근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사진3) 즉 주제에 폭넓게 다양한 시각으로 접근하는 것은 새로운 시각을 제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새로운 시각의 중요성은 세간의 집중을 받는 주제를 동일한 시각으로 바라보는 데서 올 수 있는 진부함을 방지할 수 있고, 그만큼 게재 기회도 많아질 수 있는 방편이다.


이외에 독창적인 주제를 선정, 기획해 촬영하고자 할 때는 좀더 창의적인 사고를 가질 필요가 있다.

이는 좀더 복잡한 성격을 가지는 문제이지만, 시사적인 문제보다는 좀더 미묘한 문제들을 다루는 것을 포함한다. 일례로 현대사회에서 어디를 가나 광고의 홍수 속에서 현실과 광고의 구분이 어려워지는 문제를 다룬다고 한다면 이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순수 사진에 더 가까운 소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주제들을 잘 다룬다면 고급 문화를 표방하는 무가지(無價紙) 등이나 여행 잡지 등에 게재될 가능성도 없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종류의 사진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기획력을 필요로 하며, 최근의 포토저널리즘 경향 자체도 이러한 기획력을 상당히 중요하게 고려하는 인상을 준다. 얼마 전에 끝났던 제42회 한국보도사진전의 대상작으로 동물들의 로드킬 포토스토리가 선정된 것도 최근의 이러한 경향을 반영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주제를 선택할 때 고려해야 할 또 다른 사항은 소재를 멀리서 찾지 말라는 것이다.

사진 통신사인 Black Star의 멤버였던 조셉 로드리게스(Josef Rodriguez)는 히스패닉계 미국인으로, 데뷔하기 직전에 뉴욕의 국제사진센터(ICP)에서 수학하면서 자신의 이웃을 찍기 시작하였다. 당시 뉴욕의 동부 할렘 지역은 빈민가로, 주로 히스패닉계들이 거주하고 있었다. 동부 할렘에 거주했던 조셉은 이웃을 촬영하던 도중 마약 중독자를 촬영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고, 이 사진을 통해 사진계에 데뷔할 수 있었다. 이후에도 그는 LA 지역의 히스패닉계 갱들을 촬영하는 등 주로 자신과 민족적 배경을 같이하는 소재들을 선택하여 좋은 작품들을 만들 수 있었다. 필자가 미국에서 사진을 배울 당시에도 주변의 교수들은 한결 같이 미국의 한인들을 소재로 촬영할 것을 권했는데, 이것도 마찬가지의 맥락에서 이해하면 좋을 듯하다. 조금은 다를 수 있지만 전통문화에 대한 사진적 수요가 끊이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로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앞에서 이미 논의한 것과 같이 사진가가 주제를 선택하는데 있어 고려해야 할 사항은 우선 자신이 선택한 매체 즉 신문, 잡지, 인터넷 등의 특성에 맞는 주제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개인의 기호와도 상당히 관계가 있는 부분이며, 이러한 매체의 다양성을 잘 활용하는 것도 성공적인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는 지름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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