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틴 솔즈베리,모랙 스타일스 | 2012-05-11
존 버닝햄과 앤서니 브라운을 비롯한 세계적인 그림책 작가의 원화 전시가 잇따라 열리고 있다. 미술관에서 이뤄지는 그림책 전시는 그림책이 어린이들만 보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인정 받고 있음을 말해준다. 실제로 이들의 작품은 가족, 학교 이야기 등 폭넓은 주제를 갖고, 전세계의 어린이들부터 어른들까지 나이를 가리지 않고 큰 관심과 사랑을 받아왔다. 그림책은 이렇듯 보편적인 공감대의 이야기를 전 세대가 함께 어울려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 중의 하나일 것이다.
에디터 | 정은주(ejjung@jungle.co.kr)
자료제공 | 시공아트
이 책은 그림책 작가를 꿈꾸는 예비 작가들과 그림책의 세계가 궁금한 사람들에게 ‘그림책의 모든 것’에 대해서 알려준다. 그림책의 역사부터 소재와 주제, 출판산업에 이르기까지 그림책과 관련된 모든 이야기를 담아내기 때문이다.
그림책은 어릴 때만 읽는 책이기 때문에 교육적이거나, 다소 진부한 내용을 다룬다고 오해하기 쉽다. 하지만 그림책 안에는 다양한 내용들이 담겨 있다. 한 나라의 전통 설화에서부터 예상치 못한 상상력과 비유를 보여주는 이야기 등 그 폭도 넓다. 다른 책에서 쉽게 다루지 못할 주제들을 재치 있게 다룬다
예를 들어 존 버닝햄의 그림책 ‘지각대장 존’은 학교 선생님에게 늘 혼이 나는 지각대장 존의 등굣길을 상상력을 곁들여 묘사하고 있다. 선생님은 그의 지각을 이해하지 못하지만, 마지막 장면의 반전(?)을 통해 주입식 교육과 어른들의 정형화된 인식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이러한 내용은 어린이들만을 위한 것 같지만 모든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다. 그림책은 어린이부터 어른들까지를 독자로 삼기 때문에 오히려 모두 다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책은 ‘그림책의 모든 것’을 이야기한다. 이제까지 그림책에 대해서 이렇게 폭넓고 다양한 이야기를 다룬 책은 많지 않은 것을 생각해보면 그 존재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것이다. 이중에서 특히 ‘글과 그림, 그림의 역할을 하는 글’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많은 그림책 작가 지망생들이 글과 그림을 어떻게 연결시킬지에 대해서 고민한다. 그림만 잘 그린다고 해서, 혹은 글만 잘 쓴다고 해서 좋은 그림책이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혼자서 모든 것을 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다른 분야의 두 사람이 만나 작업하게 된다. 그 경우 둘의 호흡이 맞지 않으면, ‘글 없는 그림책’이 되거나 ‘그래픽 소설’이 될 수 있다.
이 책의 저자인 마틴 솔즈베리는 일레스트레이션 교수이며, 모랙 스타일스는 어린이 책 작가이자 편집자로 활동하고 있다. 그렇 기때문에 누구보다 이 문제를 고민해왔을 것이다. 이들은 하나의 답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연구 사례와 다양한 예시를 통해 이 어려운 상호작용을 풀어가는 실마리를 제공한다.
그림책의 독자가 다양한 연령대이기 때문에 주제를 이해시키는데 어려움이 따를 수 밖에 없다. 특히 어린아이들에게 성이나 폭력, 비인도적인 행위 등과 같은 주제를 설명하기가 난해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저자들은 가정 폭력을 소재로 한 그림책을 그린 스베인 뉘후스와 그로 달레의 이야기를 인용해 그 두 가지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런 책은 적어도 두 가지 면을 갖고 있으니 보이는 그대로의 구체적인 면은 아이들이 대상이고, 더 깊은 혹은 더 고차원적인 의미는 어른들이 대상입니다.”
그림책의 모든 것’은 그림책을 이야기하는 그림책이다. 이 책은 다양한 그림책의 이미지가 포함되어 있다는 점도 흥미를 끈다. 한국에 번역되지 않은 책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보는 것만으로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여러 국가의 작가들의 작품을 한 자리에 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