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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나는 ‘보그 표지모델’이 되고 싶다

2010-08-09

작가 한슬은 <보그 코리아> 의 표지를 모델 삼아 작품 ‘보그 시리즈’를 그렸다. A4 용지 크기의 <보그> 표지를 200호 크기로 확대하여 색을 입혀 완성한 작품으로 재구성하는 방식에서 작가의 관점이 엿보인다.
작품은 <보그 코리아(vogue korea)> 라는 문구에서 ‘코리아’를 삭제했고, 표지에 인쇄된 ‘타히티 보라보라, 생 트로페즈, 베트남 하몽베이 패션 로케이션’도 없애버렸다. 미술평론가 류병학의 글을 읽으며 <보그 코리아> 에서 시작된 또 다른 ‘보그’를 만나본다.

글ㅣ류병학 (미술평론가)
에디터ㅣ 이안나( anlee@jungle.co.kr)
자료제공ㅣ갤러리 그림손


패션잡지 <보그 코리아> 편집부는 커버스토리(COVER STORY)에서 “이열치열의 계절! 2010년 7월의 가장 핫한 현장으로 <보그> 가 여러분을 아찔한 몸매와 아슬아슬한 비키니의 나타샤 폴리가 기다리는 모리셔스 해변 별장으로 안내”하겠다고 진술했다. 그렇다면 <보그 코리아> 가 나타샤 폴리가 기다리는 모리셔스 해변 별장을 방문했을까? 만약 당신이 2010 <보그 파리> 5월호를 보았다면, 2010 <보그 코리아> 7월호 표지에 실린 사진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과월호 잡지 표지에서 삭제된 정보들은 한슬의 ‘보그 시리즈’가 <보그 코리아> 의 표지를 재구성했음을 알려준다. 먼저 볼 부분은 시선 처리이다.


아찔한 몸매에 아슬아슬한 비키니를 입은 <보그> 지의 나타샤 폴리는 유혹적이다. 그녀는 앉아 있지만 뱃살이 접히지도 않는다. 특히 두 다리를 벌리고 있는 요염한 포즈는 당돌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나타샤 폴리의 몸매를 탐닉하는데 별다른 불편함을 느끼기 않는다. 아마 모델의 시선이 반대쪽에 선 독자를 향하고 있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한슬의 작품 속 나타샤 폴리는 관객을 향해 시선을 던진다. 눈을 내리깔거나 다른 쪽을 바라보았던 시선이 이동하는 것만으로도 용인되었던 관음증은 박탈당한다.


한슬은 작업의 과정을 회상한다. “화면에 테이프를 찢어 붙이고 색칠을 한 후 그 테이프를 다시 떼어내면 미세한 비정형의 자국이 생기는데 이 자국을 이용한 면을 이용하여 작업이 진행된다. 테이프를 붙이고 물감을 얹고 또 뜯어내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된다. 완성이 될 때까지 테이프의 개입은 계속되어 전체 화면의 완전한 모습은 볼 수 없다. 이렇게 표현된 표면은 항상 외부의 개입으로 우연한 효과를 발생시킨다. 붓의 힘 조절로 인해 화면의 텍스처가 생기거나 의도한 스케치에 의해 정확한 형태의 경계를 따르는 것이 아니라 경계가 생겨지는 테이프의 매커니즘은 우연한 물감이나 물감의 스며들어 우연 효과가 생기는 외부의 개입을 만들어낸다. 사물의 디테일을 묘사하는 대신, 이를 색면으로 대체한 것이다. 즉 철저하게 평면적인, 밋밋한 평면들의 조합으로써 재구조화 되어져 있다. 색면들의 조합이 일구어낸 사물의 이미지는 가까이 다가가 볼수록 거칠고 대담한 면이 되고 마스킹 테이프를 이용하여 구성한 색면을 통해 사물의 형상을 만들어낸다.”


한슬은 잡지의 표지 속 모델을 두고 말한다. “유행을 선두하는 잡지 표지의 모델들은 주체와 대상 사이의 변화된 관계처럼 물신화된 사람이다. 환상을 만들어 내기 위해 이용되어진 모델이자 새로운 판타스마고리아를 만들어 내는데 동조한다.”

작업은 마치 옆구리를 슬쩍 찌르는 ‘넛지(nudge)’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를테면 한슬의 넛지 방식은 작은 변화를 통해 원본을 변화시키는 커다란 힘을 발휘한다고 말이다. 자, 이제 한슬의 다른 ‘보그 시리즈’를 스스로 볼 차례이다. 원전이 되는 과월호 <보그 코리아> 를 찾아서 번갈아 가며 살피길 바란다.


“누구나 갖고 싶어 하는 명품, 나의 욕망을 자극하는 사물들, 이러한 사물들은 물신화 된 사물이다. 물신은 사람이 사물을 통해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려 하며, 상품화된 사물들은 그들이 속한 사회 내에서 고급신분이나 취향을 드러내기 위한 대상이다. 물신인 상품은 사적 소유의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경우에도 사람들은 매료된다. 오히려 도저히 살 수 없는 고가의 가격표는 상품의 상징적 가치를 더한다. 또한 현란하고, 장식적인, 욕망을 내비치거나 실현하는 사물로 자신의 욕망이 투사된 사물이기도 하다. 우리의 삶 속에서 욕망하는 사물들과 이 사물들의 세계에서 상품의 교환가치를 미화시키고 현실을 가리는 베일의 역할을 하는 판타스마고리아가 펼쳐진다. 자기 주위를 둘러싸는 번쩍거림에 매혹 당하고 도취 당하도록 조장하는 사물들이 판타스마고리아를 만들어 낸다. 사람들은 판타스마고리아에 도취되어 꿈을 꾸듯 자신들의 시대를 살아간다. 꿈은 환상을 조장하고 허위의식을 갖게 하지만 그것이 있기 때문에 현실을 넘어설 수 있는 에너지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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