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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공예, 소통으로 한 걸음 더

2013-09-12


‘웅성웅성’은 말 그대로 소란스럽게 떠드는 모양을 말한다. 얼핏 부정적인 이미지로 보일 수 있는 이 단어를 다르게 해석하면 어떤 일에 대한 관심과 가능성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오는 9월 29일까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갤러리(이하, KCDF 갤러리)에서 열리는 ‘웅성웅성 크라프트 展’은 공예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나아가 여러 관계자들이 함께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한 전시다.

에디터 | 정은주(ejjung@jungle.co.kr)
자료제공 |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공예는 다른 장르에 비해 대중들과의 소통에 다소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섬유 공예, 도자 등은 우리의 일상생활과 가장 가까운 것 중 하나였지만, 전반적인 관심은 낮은 편이었다. 이를 알리기 위한 시도 역시 어려움에 부딪힐 때가 많았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공예를 알리고, 공예가들의 삶은 어떤 것인지부터 일상 속의 공예 예술품을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먼저, 공예가, 기획자, 행정가, 갤러리스트, 수집가, 교육자 등 공예계 각 분야에 걸친 현장 전문가들과 예비 공예가들의 영상 인터뷰 섹션 ‘공예, 함께 이야기합시다’가 관람객들을 맞이한다. 공예 전문가들 중에는 전시 기간 내에 10분 스피치 시간을 통해 실제로 관람객들을 만나기도 한다. 함께 전시된 공예에 대한 전문가들의 생각을 바탕으로 제작된 미디어 작품도 눈길을 끈다. 또한 공예를 전공하는 전국 29개의 고등학교, 대학교에서 선발된 학생들이 직접 PD가 되어, 공예 전공 학생들을 만나 그들의 작업과 고민과 질문들을 던진 인터뷰 섹션도 별도로 마련되었다. 현장 전문가와 예비 공예가들이 생각이 함께 어우러지면서 공예에 대한 서로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다.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 어딜 가든 공예는 작업 재료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이때문에 도시보다는 재료를 쉽게 구할 수 있는 곳을 중심으로 작업실들이 모여 있는 경우가 많다. ‘공예, 현장에 가다’ 섹션은 물리적으로나 심리적으로 멀게 느껴지는 다섯 공예가들의 작업 공간을 그대로 전시장에 옮겼다. 이들의 작업실을 단순히 재현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사용하는 작업도구들을 통해 작가들의 작업을 직접 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 관람객과 작가가 때론 같이 차도 마시고, 작업에 대한 궁금증도 나눌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한 것이다.

공예에 대한 생각들을 이해하고, 작가들의 삶에 다가가는 시도가 이뤄졌다면, 그 다음에는 공예가 우리의 일상 생활 속에서 어떻게 더 가깝게 호흡해 나갈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최근 공예계에서는 다양한 재료와 양식이 혼합된 국적불명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기존의 공예가 갖고 있는 정신과 가치를 인정하고, 이를 현대적으로 해석해내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은 모든 공예가들의 바람이다. 이 같은 꿈을 실현해가려고 하는 젊은 공예가들의 작품이 ‘공예, 미래를 보다’ 섹션에서 펼쳐졌다. 나전, 소목장, 도예 등의 전통을 따르고 있지만, 일상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실용성과 자신만의 감각으로 만든 작품들을 만날 수 있었다.

악플보다 더 무서운 것이 무플이라는 말을 우스갯소리가 있다. 관심이 있어야, 좋은 말이든 나쁜 말이든 하게 된다는 뜻이다. 세상과 소통하려는 공예의 시도가 또 한 번 시작되었다. 이번 전시가 좀 더 많은 사람들과 건강한 소란스러움을 나눌 수 있게 되는 현장이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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